2007/09/18 20:40

역사를 거꾸로 푸는 강의...털썩 잡담

이번 학기 교양으로 듣고 있는 강의가 있다.

제목은 '현대 미술의 이해'

어차피 미술, 특히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니 교양삼아 배워 보는 것도 좋겠지 하는 생각에 신청

그러나 이 강의가 올해 수강 목록에서 최악의 강의가 될 것 같은 예감이 점점 커져간다.



제목은 '현대 미술'인 주제에 원시시대 미술부터 썰을 풀어가는데 불길한 예감이 엄습. 그리고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 강의가 시작된다.
차라리 '미술사'를 할 생각이었다면, 그냥 미술과 관련된 역사나 썰을 풀면 좋을 테다.
그런데 이 야심찬 여교수는 미술을 이해하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미명 아래 서양사 전반에 대한 썰을 풀어낸다.

그러나 대체 어디서 역사공부를 한 것인지, 시대를 넘나드는 어이상실 역사를 읊으신다.


이집트를 클레오파트라가 다스리던 시절에 알렉산더(!)가 쳐들어오고...

제정 로마는 성립되자마자 5현제 시대를 거쳐 네로(!)를 마지막으로 군인황제시대로 접어든단다....

참, 제정 로마의 초대 황제는 아우구스티누스란다.... 커흑...

그리스, 로마의 대표적인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아리스토티누스란다.......(아마 아우구스티누스를 말하는 듯...기독교 얘기하면서 말했으니까... 그럼 아리스토텔레스는?...ㅡㅡ;;)

기독교에 대한 썰은 철저하게 <다빈치코드>를 참고하고 있으시다....ㅡㅡ;;


오늘의 강의, 중세를 넘어서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갈릴레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말로 르네상스 시대를 시작.

레오나르도 다빈치 - 미켈란젤로 - 라파엘로,  이렇게 사제관계란다............도나텔로가 빠진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건지....

미술을 전공한 교수가.... 아라베스크 문양이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다는 소리를 하시고... 바로크 양식도 르네상스 시대.

백년전쟁이 장미전쟁, 30년전쟁 이후에 벌어졌고, 그때의 프랑스 왕이 루이14세란다......

당연히 프랑스 대혁명은 백년전쟁 직후에 일어났다는 주장.

미국이 백년전쟁 와중에 탄생했다는 썰은 덤이다.

심지어,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삼부회와 세 신분을, '왕, 귀족, 평민'으로 알고 계시다.....털썩....


게다가 이 여교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있다. 그에 따라, <다빈치 코드>의 주장을 제멋대로 채용, 그리스-로마 시대를 모계사회로 만들어 버린다........

당연히, 외설적인 그림들을 두고 가부장적 요소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교수의 역사관 가운데 고대사에 대한 부분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근간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스스로 시오노 나나미를 극찬하고 있으니까.
나도 시오노 할머니의 책을 애독한 독자로서, 그 역사관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기는 하다. 적어도 시오노 할머니는 역사를 바꾸지는 않았으니까. 왜곡이나 편협한 시각은 있을 지언정 역사적 사실을 전하는데는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교수는 대체 <로마인 이야기>를 어떻게 읽은 것일까????????

아우구스투스를 아우구스티누스로 착각하는 정도의 초보적인 인명, 용어의 착각은 충분히 용인해 줄 수 있다. 심지어 갈릴레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넘어가 주겠다. 하지만 이정도면 도를 넘어선 문제다....

차라리 모르면 말을 말지...................
이렇게까지 역사를 왜곡해대는데 역사를 배우는 입장에서 정말 스트레스가 최강이다.... 윽....

진짜 교수 앞으로 메일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구만..........ㅡㅡ;;

덧글

  • 엘레시엘 2007/09/18 21:05 # 답글

    ...아니 명색이 교수라는 작자가 자기 교과과정도 그따구로 가르친다는 겁니까? -_-;;;;
    역사에 흥미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배잡고 웃거나 어이없어 돌아가시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만한 역사관을 소유하셨군요. 아니, 실은 학력 위조 아닐까요?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성실히' 이수한 사람이라면 저런 헛소리는 안할거 아닙니까.
  • 엘레시엘 2007/09/18 21:05 # 답글

    한번 수업시간 한번 잡아 싹 녹음해서 학과장님이나 여타 분들한테 보내보면 어떨까요?;;;;; 저런 지식 가지고 시험 쳐서 자기가 맞다고 버럭버럭 우기면 골치아프잖습니까;;
  • 야스페르츠 2007/09/18 21:41 # 답글

    엘레시엘 님// 학점이 무서워 아무 것도 못합니다. 강의 끝나고 강의평가 F 주는 수밖에..ㅡㅡ;
  • 초록불 2007/09/19 01:35 # 답글

    어허야~ 둥기둥기~ (잠시 넋이 나간 일인...)
  • 을파소 2007/09/25 00:08 # 답글

    알렉산더와 진시황이 동일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여교수도 있는 걸요. (제가 직접 강의 들은 건 아닙니다.)
  • 악희惡戱 2009/04/24 00:17 # 답글

    웃어야 됩니다. 그것도 무조건-_-
  • 야스페르츠 2009/04/24 00:58 #

    썩소를 날려드려야지요. ㅠㅠ
  • 초록불 2009/04/24 00:45 # 답글

    그러고보니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 라파엘, 도나텔로는 모두 사형제 관계죠...^^

    코와붕가!
  • 야스페르츠 2009/04/24 00:58 #

    스프린터 사부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어릿광대 2009/04/24 12:05 # 답글

    시간을 거꾸로 가는 강의군요(...)
  • rumic71 2009/04/24 21:29 #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가 등장하지 않은 게 매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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