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5 21:15

갑자기 떠오른 생각 - 왕조와 국가 유사역사학 비판

앞서 이야기한 바 있는 일부 극렬 민족주의 계열의 '금, 청은 우리나라 역사' 파문(?)을 생각하다 불현듯 떠올랐다.

<환단고기>의 단군세기에 따르자면, 고조선은단일 왕조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대~4대까지는 '태자(太子)'가 즉위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왕조가 맞다. (왕검 왕조?) 그러나 5대부터는 태자가 아닌 양가(羊加)니 우가(牛加)니 하는 존재가 뒤를 잇고 있다. (그래봤자 우가와 양가 덜렁 둘 뿐이다...ㅡㅡ;)

양가가 5대와 7대

우가가 6, 10-11, 12, 13, 14, 16-17-18-19, 20-21대

출신 미상이 8-9, 15대

** 하이픈으로 이어서 표시한 것은 왕조라고 볼 수 있는 관계임

부여나 고구려의 예를 따르자면 가(加)는 관직인 동시에 일종의 혈족이나 부족의 관념에 가깝다. 하지만, 같은 가 출신이라도 왕조로 생각치 않은 것이 보이므로 '가'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물론, '가'가 씨족보다 큰 존재로 본다면 크게 문제 없이 부여나 고구려의 '가'와 비슷한 존재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22대는 쿠데타를 일으켜 단군이 됐다. 출신도 미상(적어도 '가'는 아니다). 22대부터 27대까지 왕조이다.

28대는 출신 미상

29대 역시 출신 미상이나, 고조선 최장기 왕조를 열었다.(마휴 왕조?) 29대에서 43대까지.

44대는 선대가 전란중에 죽은 후 혼란을 수습하고 뒤를 이었다. 이후 46대까지 왕조.

47대는 마휴 왕조 마지막 왕의 현손이란다. 세인의 추대로 즉위했다. 그리고 멸망.

이러한 계승 관계에는 상당히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쿠데타로 즉위한 22대와 혼란을 수습한 44대, 추대로 즉위한 47대는 기묘하게도 즉위하기 직전에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활약을 펼친다는 점이다. 22대는 즉위하기 3년 전에 갑자기 나타나 우현왕이 된 자의 아들로 나타나며, 44대는 즉위하던 해 나타나 혼란을 수습, 47대도 즉위하던 해에 갑자기 상장군이라고 떡하니 등장한다.

상당히 작위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찍부터 준비해온 왕조 교체가 아닌, 급작스러운 교체다. 난리중에 선대가 죽어버린 44대는 차치하더라도, 쿠데타를 일으킬 정도로 커다란 세력이 고작 3년만에 완성되어 찬탈을 했다는 점도 우습지만, 상장군이라는 고위 관직이 '의병'을 일으켜 난리는 평정한다는 설정도 어이없다.

아무튼 내가 하려는 말은 이런 것이 아니니 일단 넘어간다.


분명 <황당고기>에는 고조선이 단일 왕조가 아님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물론, 신라도 단일 왕조가 아니며, 고구려나 백제의 왕조 역시 단일왕조인지 의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구려, 백제의 초기 왕조 문제는 무식해서 모른다고 치더라도 신라의 3성이 번갈아 왕을 해먹은 경우는 아무리 환빠라고 해도 알고 있을 터.

그런데 왜 환빠나 극렬 민족주의자들은 왕조의 혈통으로 국가의 귀속을 주장하는 것일까? 환빠들의 두뇌 구조상 왕조와 국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그들이 보유한 전가의 보도 <황당고기>의 내용에는 왜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이런 것에는 환빠식 반박이 툭 튀어나오겠지. 신라나 고조선은 단일 왕조가 아니라도 같은 민족 사람들이 왕을 해먹은 것이니 당연히 우리 나라다! 라고

하지만, 석씨 왕조의 시조 석탈해는 우리 민족이 아니다. 기록상으로 보아도 분명 왜 동북쪽 1천리 밖 다파라국(多婆那國) 사람이다. 김알지나 박혁거세는 천강 설화이니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아무튼, 동양의 경우에는 나름 왕조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한 고로 넘어간다손 치더라도, 서양의 국가, 대표적으로 로마의 경우만 보아도 '왕조=국가'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공화정 로마는 둘째치더라도, 제정 시기의 로마 황제도 '왕조'의 개념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로마 황제가 순수한 로마인 혈통이라도 지켜주었다면 좋으련만, 속주 출신 황제, 심지어 야만족 출신 황제도 있다. 동로마(비잔티움) 시대에 이르면 더욱 심각하다. 쿠데타로 황제(왕조)가 교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십자군이 국가를 탈취한 경우도 있었다.(이 경우는 라틴 제국이라고 다른 국가로 취급하기는 하지만...)

다행히(?) 로마 이후의 유럽 국가들은 나름 왕조에 대한 집착이 존재했다. 영국 왕실이 노르만-스코틀랜드-하노버(독일) 출신들로 계속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들도 나름 선대와의 혈통을 통해서 결정된 것이었고, 다른 국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이러한 '왕조'의 교체는 중세 유럽의 그물 뺨치는 복잡한 혼인관계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혈통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이 왕위를 차지한 후에도 국가는 동일한 객체로 존재한다. 영, 프에서 일어난 혁명의 결과 나타났던 공화정 체제는 물론이거니와,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한 후에도 프랑스인이나 타국 모두 프랑스라는 국가 자체를 확실한 개체로 보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경우를 보아도 왕조와 국가는 별개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약 30개 왕조가 존재), 중국의 경우에도 남조 국가들처럼 왕조의 교체와 별도로 사실상 하나의 국가로 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같은 왕조임에도 불구하고 동진과 서진, 북송과 남송처럼 사실상 별개의 국가로 구분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극렬 민족주의 혹은 환빠들이 주장하는 '우리 민족이 왕 해먹은 나라는 무조건 우리나라'는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말도 안되는 헛소리이며, 심지어 그들의 경전 <황당고기>에도 그러한 주장에 대한 반박이 될 증거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덧글

  • 엘레시엘 2007/08/16 14:09 # 답글

    환빠들이 그런것까지 고찰해서 자기 주장을 펼칠 정도였다면, 애초에 황당고기 따위를 들고 나와서 헛소리 하는 짓은 부끄러워서 못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예 의도적으로 왜곡해대는 아저씨들을 뺀다면요. '_';;;
  • 야스페르츠 2007/08/16 15:03 # 답글

    엘레시엘님// 그저 Ctrl + C, V 밖에 못하는 부류들의 특징이겠죠. ㅡ,.ㅡ;
  • 이천풍 2007/08/17 14:24 # 삭제 답글

    옳소. 그래서 환빠가 개이버에 많이 모이나 봅니다.
  • 나루나루 2007/08/18 04:41 # 답글

    진짜 환빠들은 로마사라도 제대로 읽는걸까..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유사역사학 방지

얼마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