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3 00:19

'디워'와 YB의 아리랑 雜想

감히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하고 아름다운 가락 아리랑.

그러나 아리랑은 아직까지도 그 기본적인 장단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음악이기도 하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아리랑을 연주함에 있어서 그 기본이 되는 장단이 두가지로 양립되어 있다는 말씀.

하나는 자진모리 장단, 일명 3채,

또 다른 하나는 굿거리 장단이다.

두 장단은 쌍둥이처럼 닮은 장단으로, 장단의 분박 구성이 완전히 동일하다. 즉, 같은 박자를 가진 어떤 음악에도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리랑 역시 같은 박자를 지닌 관계로, 두가지 장단이 서로 자신이 진짜라 주장하며 다투고 있는 실정이다.

두 가락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이론적으로 자진모리는 굿거리보다 2배 빠르다. 자진모리 2장단이 굿거리 1장단과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진모리는 빠르고 굿거리는 느리다.

이러한 빠르고 느림이 아리랑에 어떠한 차이를 부여할까?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 한분이 위와 같은 논쟁과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매우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말씀하셨다.

실험은 이러했다. 한국 전통 무용을 하시는 분을 모시고, 자진모리 장단의 아리랑과 굿거리 장단의 아리랑을 각각 들려주며 춤을 추도록 하였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자진모리 장단, 빠른 장단에서의 춤사위는 어깨와 팔을 위아래로 빠르게 흔들면서 앞으로 뛰쳐 나아가는 형태로 나타났다. 머리에 꽃을 단 미친 계집아이가 양팔을 흔들며 폴짝 폴짝 뛰어 다니는 모습을 연상하면 되겠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경박스러웠다.
반면 굿거리 장단, 느린 장단에서의 춤사위는 어깨와 팔의 선이 곱게 물결듯 흐르면서 부드럽게 사뿐히 나아가는 형태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전통 무용 하면 생각나는 그런 춤사위.

어느 쪽이 진짜 아리랑인지는 나에게 있어서 그것으로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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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되면서 지난 2002 월드컵 무렵 혜성같이 나타난 락 음악 하나가 있다. YB의 아리랑. 국민적인 응원가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노래방 애창곡에서 빠지지 않을 노래가 되었다.

그리고 2007년, 심형래 감독의 기념비적인 - 영화로서이든, 사회 현상으로서이든 간에 - 영화 '디워'의 엔딩곡 아리랑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트랜스포머의 작곡가 스티브 자브론스키의 아리랑, 엔딩크레딧과 함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아리랑은, 위의 아리랑 논쟁에서 나타나는 아리랑과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하나는 빠른 아리랑, 다른 하나는 느린 아리랑.

이미 일전에 아리랑의 성격을 마음 속에서 규정지어 버린 나에게 있어서 어떠한 아리랑이 더 진정한 모습에 가까운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나름 분석이라고 한번 끌쩍여보련다.

YB의 아리랑,

락이라는 음악의 특성상 굿거리 수준의 느림은 바라기 어렵다. 게다가 애초에 응원가 목적으로 편곡되었으니 느린 속도는 죄악이다. 고로 YB의 아리랑은 자진모리 장단도 넘어서는 속도의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아리랑의 원 박자는 자진모리이건 굿거리이건 간에 3분박 4호흡이다. 쉽게 말해, "하나, 둘, 셋, 둘, 둘, 셋, 셋, 둘, 셋, 넷, 둘, 셋"의 구성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대중가요는 대부분 2분박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아리랑은 도대체가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락, 응원가라는 장르로 한정되어 있으니 더더욱 느려터진 3분박으로 편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YB는 우리 전통의 아리랑 박자를 과감하게 혁파, 2분박의 경쾌하고 빠른 박자로 환골탈태시켰다. 아래의 표를 보면 원래 아리랑과 YB의 편곡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표 위의 호흡 표시를 보라)
                        
~ ~~ ~ ~~~~~~
원래 아리랑 ▲
                                
    ~    ~   ~~   ~~ 
YB의 아리랑 ▲

이것은 정말 혁신적인 변화다. '아리랑'이라는 소절이 6분박에서 8분박으로 완전히 바뀐 것이다. 전문적인 음악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작업일지 몰라도, 나같은 아마추어, 게다가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것은 사물놀이 가락뿐인 사람에게 저런 편곡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기교다. 아리랑이라는 음악의 원래 성격과 관계 없이 음악적으로는 훌륭한 편곡이라고 감히 판단내려 본다.(근거 따위 없다.)

그러나, 역시 아리랑이라는 음악의 원래 성격과 YB의 아리랑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저 슬픈 가사를 응원가로 사용한다는 것도 내 생각에는 넌센스. YB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편곡과는 별도로 역시 아리랑과 어울린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한편, 디워의 아리랑

사실 디워의 아리랑은 특별한 목적성도 없기에 별다른 편곡이 필요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아리랑이라는 원래 소스 위에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옷을 입히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다. 작업 자체는 간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리랑이라는 음악을 처음 접했을 저 벽안의 작곡가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심형래 감독이 특별히 음악적인 소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아리랑을 엔딩곡으로 사용한다는 것, 그 음악의 분위기, 느낌 등을 주문하였을지 몰라도, 편곡의 전반적인 작업은 전적으로 작곡자가 전담하였을 게다.
과정은 전혀 알 길이 없으니,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디워의 아리랑은 너무나도 원래 아리랑과 잘 어울린다. 박자라는 측면에서도 완벽하게 원곡의 박자를 소화해내고 있으며, 아리랑이 가지는 느낌, 정서가 너무나도 한국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앞서 이야기한 우리 전통의 춤사위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느낌. 파란 눈의 작곡가는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원곡의 느낌을 너무나도 멋지게 살려내고 더욱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YB의 아리랑을 듣고 있노라면 차라리 자진모리 아리랑의 춤사위가 더 좋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도, YB 아리랑에 어울리는 춤사위는 헤드뱅잉 밖에는 떠오르지 않으니... 아찔한 느낌.

덧글

  • rumic71 2007/08/13 11:06 # 답글

    폴 모리아의 아리랑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는군요.
  • 야스페르츠 2007/08/14 00:40 # 답글

    rumic71님// 헛! 폴 모리아의 아리랑은 무엇인지... 제가 음악에 소양이 없는지라... 한번 찾아 들어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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