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1 00:54

'화려한 휴가'와 강풀의 '26년' 雜想

2006년 겨울 밤이었던 것 같다.

무료해서 시간이나 때울까, 인터넷을 항해하다가, 무심히 '강풀'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무심히 '26년'을 보았다....

밤을 새도록, 눈시울이 뻘겋게 달아오르도록 눈물을 참으면서, 그렇게 단숨에 모두 읽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만화였다...

역사를 탐구하는 학생으로서, 이러한 비극을 그저 주마간산 격으로 배우고, 알아왔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근현대사'라는 것은, 나에게는 어렵고 복잡한 것이었기에, 그저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지나쳐왔던 것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그렇게 부끄러워했던 하룻밤은 늦은 오후까지의 늦잠과 함께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2007년 7월 30일,

영화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지만, 워낙에 화제가 되고 있던 영화가 있었다. '화려한 휴가'...
동생과 함께 무심코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에 대한 귀동냥은 조금 들었었다.
   슬픈 영화다, 누구누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드라, 운운.
사실, 슬픈 영화에 조금 약하기에 나름 걱정하면서 갔다.

하.지.만.

지난 날의 부끄러움 같은 것은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워진 듯,
영화가 보여주려는 역사의 무게, 그 천만근짜리 추를 뇌리에서 조금도 떠올리지 못한 채,
그저 화제의 영화, 슬픈 영화, 그리고 정말 부끄럽게도 재미있는 영화 라고 생각하면서 갔다.

그리고,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잊어버렸던 천만근짜리 저울추가 나를 짓눌러왔다.
가슴을 짓이기는 무게를 견디다 못해 눈물을 머금었다.
옆에 동생이 함께 있지 않았다면, 코를 훌쩍이면서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 하룻밤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
"제발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박신애의 비통한 표정.

다음날,
학교에서 일하는 내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화려한 휴가' 관련 글들을 찾아다녔다.
날카로운 분석, 처연한 감상, 역사적 의미를 써놓은 글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천근 무게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강풀의 26년을 미친듯이 봤다.
보면서,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봤다.

만화와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것이기에,
만화의 장면들 하나 하나 마다 영화의 목소리, 움직임들이 묻어나왔다.
방안에 숨어서 떨고있는 두목의 뒤로 울려 퍼지는 박신애의 애통한 호소,
전두환에게 총을 겨눈 권정혁 순경의 대사와 오버랩되는 강민우의 마지막 외침.


그래도,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그들을 추억하고 원흉을 비난할 수 있구나.

ps. 화려한 휴가에 아쉬운 점 몇가지,
표현, 묘사는 정공법을 취했는지 몰라도, 내용은 결국 정공이라 할 수 없다는 점,
발포 명령, 도청 진압 명령의 결정권자가 계엄군 사령관 모 소장으로 나타났다는 것,
결국 최소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2만의 계엄군을 통틀어 양심을 가졌던 사람이 대위 한사람 뿐이라는 점은 정말 치명적인 약점.
정공(正攻)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적어도 계엄군 일반 사병들의 슬픔, 비애도 그려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ps 2. 강풀의 26년 링크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유사역사학 방지

얼마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