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7 19:06

프로메테우스의 생명 탄생 묘사에 대한 잡상 잡담

영화는 어제 조조로 보고 왔다. 3D로 봤는데 도대체 어디다 3D를 쓴 건지 알 수가 없더라. 하도 밋밋해서 중간에 안경을 벗고 몇 번 봤는데, 자막이 이중으로 보이는 걸 제외하면 그냥 일반 화면하고 차이가 거의 없더라는...... ㅡㅡ;;



영화밸리의 여러 리뷰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드는 잡상은... 영화 프롤로그에서 자살하는 스페이스 죠키(엔지니어)가 "생명의 기원"이 되었다는 리뷰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는 것. 영화상의 묘사가 "생명의 기원"이라는 암시/상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생명의 기원이라고 묘사한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스페이스 죠키가 자살하고, 그 세포 또는 DNA가 생명의 근원이 되었다고 가정하면, 인간의 DNA와 100% 일치할 수가 없다. 사이비로 진화론을 공부한 본인이지만, 외부로 발현되는 형질은 자연 선택 및 환경의 영향으로 비슷하거나 같은 특성을 가지는 수렴진화가 가능할지 몰라도, DNA는 그런 식으로 진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문과생인 나도 안다. 게다가 외계 탐사를 가게 된 계기인 고대 유적들의 경우만 보아도, 스페이스 죠키가 직접적으로 인간의 탄생 및 발전에 개입했다는 묘사이지, 단순히 생명의 기원이라는 묘사가 아니다. 물론 창조 해놓고 수억년 뒤에 갑툭튀해서 인간하고 짝자쿵 했을지도 모르지만

둘째, 지구과학을 공부한지 10년이 넘은 문과생나도 생명이 막 탄생했을 시점의 지구 대기가 지금과 다르다는 건 안다. 대기중에 산소가 현재처럼 풍부하게 존재하게 된 것은 지질시대(?) 바다 속에서 무자비하게 번성한 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나 메탄과 같은 기체를 분해해서 산소를 공기 중에 배출했기 때문이다. 만약 스페이스 죠키가 생명의 기원이라면, 프롤로그와 같은 묘사는 불가능하다. 스페이스 죠키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적어도 대기 환경)에서 사는 존재다. 프롤로그의 스페이스 죠키는 어떠한 외부 요소가 없이 맨몸으로 대기 중에 서 있었고, 특별히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았다. 즉, 프롤로그의 환경은 적어도 바다 속에 생물체가 그득하고 대기 중에 산소가 풍부한 시기 이후임이 분명하다.



셋째, 이건 프롤로그의 장엄한 영상을 보다 혼자서 발견(?)하고 웃었던 장면이기도 한데, 생명이 없는 까마득한 옛날의 지구와 같은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던 의도는 분명히 읽히지만, 현실적인 한계였는지는 몰라도 영상 중에 엽록소의 색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녹색 평지/바위가 간간히 보였다. ㅡㅡ;; 적어도 이끼 수준의 생물이 존재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실수로 노출된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프로메테우스의 프롤로그가 지구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지구라고 해도 생명 탄생 이전의 까마득한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롤로그의 그 장면은 일종의 처형이나 유배가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지구, 혹은 지구와 비슷한 다른 행성에 독배와 함께 버려두고 떠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단 한 발만 장전된 총과 함께 무인도에 버려진 잭 스패로우가 떠오르기도 하네. ㅋㅋㅋ

어떤 리뷰에서 "5억년 전에 생명을 탄생시킨 스페이스 죠키는 5억년 동안 기술 발전이 전혀 없었나?"라는 의문을 보기도 했다. 그 리뷰를 보고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기도 한데... ㅡㅡ;;


물론 이딴 거 다 필요 없이 감독이 과학 상식 그딴거 뭔가효 우걱우걱진화론의 적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덧글

  • 앨런비 2012/06/07 20:51 # 답글

    에일리언과 연결인데 진화론 생각하면 좀.
  • 야스페르츠 2012/06/07 22:45 #

    ㅋㅋ 인간의 사고방식이란 관심 분야와 어떻게든 연관짓도록 고정되어 있는지라. ㅋㅋㅋ
  • 부여 2012/06/07 22:40 # 답글

    뭐, 진화론 지식이야 애시당초 영화니까 무시하고 들어간다 치지만요.(...)
    영화를 보지 않고 아직까진 엔하위키로만 접했습니다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인간과 DNA가 100% 일치한다는 말에는 좀 이상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끼리도 온갖 지리적 자연적 환경과 인종적 요건에 따라 제각기 DNA가 다른데 100% 일치한다면 도대체 '어느 누구'랑 일치한다는 건지. 아니 그보다도 작중에서 진짜로 스페이스 죠키와 인간의 DNA가 100% 일치한다고 나온 건지, 아니면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뉘앙스로만 나왔을 뿐인지 몹시 궁금하군요.
  • 부여 2012/06/07 22:46 #

    하긴 인종 차원의 DNA 차이는 퍼센트 차이가 소숫점 아래라고 쌩깠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만...
  • 야스페르츠 2012/06/07 22:48 #

    영화 상으로는 뭔가 막대그래프(아마도 염기쌍을 표현한 듯...)를 겹쳐 봤더니 똑같더라는 묘사입니다. 대사로는 번역 기준으로 그냥 100% 일치라고 나옴.
    아마도 일치한다는 표현은 인간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수준이겠지요. 원래부터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체는 DNA가 몇 십 % 단위로 일치합니다요. 침팬지와 인간이 98% 일치한다고 하던가... ㅡㅡ;;
  • 부여 2012/06/07 23:03 #

    ...하긴 여기까지 따지는 건 좀 우습네요.
    그러면 대머리 유전자는 안 같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도주)
  • 셔먼 2012/06/08 03:35 # 답글

    이것도 창조론과 과학이 제멋대로 뒤섞인 작품인가요?
  • 야스페르츠 2012/06/08 08:53 #

    창조론보다는 외계인 기원설이라고나 할까요?ㅋ
  • 굔군 2012/06/08 09:24 # 답글

    다큐멘터리에서 보니 원시 지구는 진짜 사람 살 환경이 못 되더군요.

    우리를 살 수 있게 해 준 식물님들에게 감사해야 할 듯 'ㅅ'
  • 야스페르츠 2012/06/08 13:45 #

    인본원리에 감사해야죠. ㅋㅋㅋ
  • 놀자판대장 2012/06/08 13:41 # 답글

    이 영화 재미있나요? 요새 많이들 언급하던데..
  • 야스페르츠 2012/06/08 13:46 #

    재미는 그다지... 소위 말하는 하드SF에 속하는 물건인지라, 좀 매니악합니다.
  • brightbeer 2012/06/08 17:09 # 답글

    SF의 생명은 고증(?)일텐데
  • hilender20 2012/08/07 22:04 # 삭제 답글

    제 생각에는 생명은 이미 있었는데, '인간' 이라는 특정한 종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는 지구 생명에 엔지니어 자신의 DNA 형질을 섞은게 아닐까 싶네요.

    물론 서로 100% 일치한다는 건 오류 같지만... 아마 처음 엔지니어의 검은 유기물을 마시고 분해되는 장면은 생명 창조라기 보다는 지구상 생물이 인간으로 진화하게되는 계기 마련 같아요.

    흔히 Missing Link라 부르는 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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