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9 10:52

잡담 - 《얼음과 불의 노래》 읽는 중 오역

최근 미드(영드?) 《왕좌의 게임》을 보고 완전히 푹 빠져버렸다. 이것 저것 자료를 찾아보다 결국 책까지 질렀음...

한글 번역판이 오역이 쩐다는 소문을 들었고, 그냥 공부하는 셈 치고 원어로 된 문고판을 샀다. 의외로 읽을만 하다. 오역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번역판도 구해서 비교해 보면서 읽는 중인데..........


진짜 정말 레알 완전히 경악스러울 정도로 번역이 개판이다....


기사 작위를 가진 사람을 부르는 명칭인 Sir의 변형인 Ser를 몰라서 그냥 세르라고 읽는가 하면, 아예 해석 자체가 엉뚱하게 되거나 정 반대의 의미로 된 것도 수두룩하다. 의역이나, 전체적인 내용이나 용어을 몰라서 생길 수 있는 사소한 오역 수준이 아니다. 대체 어떻게 번역을 하면 이렇게 틀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개판... ㅡㅡ;;

겨우 10페이지에 불과한  프롤로그에서 절반 이상이 오역이니... 지금도 1챕터의 첫 반 페이지(챕터 제목 때문에 페이지 자체가 절반 밖에 없음)를 읽는 동안 거의 전체를 오역한 것을 보고 빡쳐서 포스팅 중이다. ㅡㅡ;;


얼불노의 전설적인 오역 목록이야 엔하위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니, 엔하위키에 없는 것을 한 번 지적해 보자면....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의 임무 수행을 보좌하기 위해 따라선 참이라, 브랜은 몹시 흥분해 있었다.

This was the first time he had been deemed old enough to go with his lord father and his brothers to see the king’s justice done.
그가 왕의 판결을 보러 그의 아버지와 형들과 함께 가기에 충분히 자랐다고 여겨진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 "흥분해 있다"는 내용은 앞의 문장에 있는 것으로 이 문장과 별개이고, 분명하게 언급되어 있는 형들을 그냥 삭제, 그 외에도 총체적 난국 ㅡㅡ;;


롭은 그자가 만스 레이더에게 충성을 맹세한 와이들링이라고 했지만 브랜은 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Robb thought he was a wildling, his sword sworn to Mance Rayder, the King beyond-the-Wall. It made Bran’s skin prickle to think of it.
롭은 그자가 야만족(와이들링)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검은 장벽 너머의 왕인 만스 레이더에게 맹세한 것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브랜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 검에 대한 언급은 실질적으로 "그자"를 가리키는 것이니 의역으로 친다고 해도, 오싹해졌다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번역하는 건 대체....


낸 할멈의 말에 의하면, 와이들링족은 천성이 잔인해서 대부분 노예상이거나 도둑, 아니면 살인자였다. 한밤중에 여자아이를 납치해다가 피를 빨아먹기도 하고, 여자들은 아무 남자하고나 잠자리를 같이 해 반만 인간인 끔찍한 괴물을 낳기도 하는 종족이었다.

The wildlings were cruel men, she said, slavers and slayers and thieves. They consorted with giants and ghouls, stole girl children in the dead of night, and drank blood from polished horns. And their women lay with the Others in the Long Night to sire terrible half-human children.
그녀가 말했다. 와이들링은 잔인한 놈들이야. 노예상이고 살인자이고 도둑이지. 그들은 거인이나 구울과 어울려서, 한밤중에 여자 아이를 훔치고 뿔잔에 피를 마신단다. 그리고 여자들은 "긴 밤" 동안 "아더"들과 자서 끔찍한 반인(半人) 아이를 낳지.


=> "polished horns"에 피를 마신다는 걸 빨아마신다고 하질 않나, 거인과 구울하고 어울린다는 문장은 증발, 프롤로그에서 "아더"가 멀쩡하게 나오는데도 The와 대문자로 분명하게 강조해 놓은 "the Other"를 "아무 남자"라고 해석하는 과감함이란...


다시 말하지만 이거 딱 "반 페이지"에서 발견한 거다. 정확하게는 원문 기준으로 딱 두 문단. 사실 반 페이지에도 못미친다. 심지어 이 두 문단 속에는 엔하위키에 언급되서 생략한 것도 있다. 한마디로 1~2문장 빼고 전부 다 오역이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


해리포터의 번역을 깠던 게 미안해질 정도다. 이것에 비하면 해리포터는 훌륭한 번역이다. 원래대로라면 번역본을 참고로 보면서 원문을 읽는데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번역본이다. 대단하다..................

덧글

  • 천하귀남 2012/05/09 11:00 # 답글

    번역기돌린 번역가 아닌가 싶군요 ^^;
  • 야스페르츠 2012/05/09 11:14 #

    번역기도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ㅋㅋ
  • 초록불 2012/05/09 11:21 # 답글

    허걱... 그런 거였나요...ㅠ.ㅠ
  • 야스페르츠 2012/05/09 15:09 #

    오역의 수준이 정말 심각합니다요...사전 끼고 읽는 제가 다 경악할 정도니...
  • hyjoon 2012/05/09 11:26 # 답글

    짧은 글에서 저렇게 오역 많이 저지르기도 쉽지 않을텐데요......
  • 야스페르츠 2012/05/09 15:09 #

    겨우 2문단이란 말입니다! ㄷㄷㄷ
  • dunkbear 2012/05/09 11:30 # 답글

    정말로 대충했네요. 저렇게 오역하는 것도 실력(?) 같다는... (먼산)
  • 야스페르츠 2012/05/09 15:10 #

    ㄷㄷㄷ
  • 금린어 2012/05/09 11:48 # 답글

    http://ulbulno.net/xe/816

    번역기를 돌린건 아니고 담당 번역자가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알바들 돌려서 분량 맞추고 확인 안하고 컨펌한게 아닌가 싶네요. 출판사에서 돈을 적게 줬는지.... 혹은 번역은 해놓고 번역자 이름만 사다 썼을수도 있겠고요.

    결국 저렇게 공역이라 나는 책임없음! 변명 해놓고 이번에 까마귀의 향연을 재번역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무상교환 해줬다는데 그거 몰라서 못 바꿔서 속이 좀 쓰리네요.
  • 금린어 2012/05/09 11:51 #

    뭐 그런데 한편으로는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니 진짜 재번역 퀄이 좋다면 재구입 할 생각도 있습니다. 나름 개똥번역을 재작업한 기념비적인 역사의 증거가 될 테니 보관할만 한것 같네요.
  • 야스페르츠 2012/05/09 15:11 #

    허허...개정판이라고 괜찮을런지..
  • 금린어 2012/05/09 15:24 #

    제가 지금은 접었지만 한참 번역쪽으로 진로를 생각하던 때가 있어서 더 그런거 같습니다. 그때 아무도 시키는 사람 없는데 완전 집요하게 세세한거 고치고 밤잠 줄여가면서 그랬었는데, 저 번역가도 공역 욕먹는거 보고 빡쳐서 자기가 통째로 번역하기로 했었다니 한번 믿어볼까 하는거죠.

    아니면 극렬 까로 돌아설듯.
  • 벨러 2012/05/10 04:36 #

    개정 전보다는 나은데, 여전히 단어 선택이나 문체 이상하고 자잘한 오역이나 오타가 많이 보여요.

    Her eyes were green, her hair spun gold. He could not tell how old she was. 'Fifteen,' he thought, 'or fifty.'
    ->그녀의 눈은 녹색이었고 머리는 금실 같았다. 자이메는 그녀의 나이거 얼마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쉰 살?' 자이메는 생각했다. '아니면 쉰다섯 살?'
  • 야스페르츠 2012/05/10 10:50 #

    벨러 님// 아놔.. 열다섯하고 쉰이 어떻게 하면 저렇게 변하는거죠?ㄷㄷㄷ
  • 굔군 2012/05/09 12:28 # 답글

    얼음과 불 하면 아이슬란드죠.(읭?)

    그리고 번역계는 역시 실력보다는 연줄(...)
  • 야스페르츠 2012/05/09 15:12 #

    젠장 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슴돠ㅡㅡ;;
  • 빼뽀네 2012/05/09 13:10 # 답글

    <얼음과 불의 노래>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오역 얘기가 끊이지 않네요. ^^
    아무래도 이러다가는 정말 원서를 사서 읽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영어 공부부터 해야한다는 장벽이 있지만요.. ^^;;
  • 야스페르츠 2012/05/09 15:13 #

    원서도 별로 안 어렵습니다. 토익 완전 쌩기초반 수강할 정도의 실력으로도 읽는데 큰 무리는 없네요. 좀 느리긴 하지만요.
  • 海凡申九™ 2012/05/09 17:05 # 답글

    원어를 보세요 원어를
  • 야스페르츠 2012/05/09 20:49 #

    원서가 더 재미있네요. 공부하는 재미도 있고 ㅋㅋ
  • 리리안 2012/05/09 17:46 # 답글

    요즘 시간이 없어서 못 읽고 있는데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원어로...
  • 야스페르츠 2012/05/09 20:49 #

    도전해보세요!
  • Warfare Archaeology 2012/05/09 19:27 # 답글

    정말 번역이 어마어마하네요. 휴우~~이제 정말 원서를 봐야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 야스페르츠 2012/05/09 20:49 #

    정말 해리포터 번역자를 깐게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 크핫군 2012/05/09 20:40 # 답글

    나는 이런 짓을 하는게 너무 좋아!=자이메 라니스터
  • 야스페르츠 2012/05/09 20:49 #

    Things I do for love. ㅋㅋㅋㅋ
  • 셔먼 2012/05/10 00:05 # 답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이어지는 오역의 향연.....ㄷㄷㄷ;
  • 야스페르츠 2012/05/10 10:51 #

    ㄷㄷㄷ
  • 누군가의친구 2012/05/15 16:59 # 답글

    결론: 원서를 읽으세요! 원서를 읽을 능력 없으면 외국어를 배우세요!...(...그런데 전 그게 안됨.ㄱ-)
  • corwin 2012/08/14 09:20 # 답글

    광고글 죄송합니다만..

    얼불노 원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 블로그에 비밀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5년 전에 모종의 일로 사 놓은 원서2부 한 권, 3부 3권(하드커버) 싸게 드려요.
  • corwin 2012/08/14 09:20 # 답글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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