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6 19:25

자오곡 계책의 실제 사례 Part 2 역사

자오곡 계책의 실제 사례 Part 1

1. 뭔가 거창하게 쓸 것이 있다고 처음에 파트1을 쓸 때는 생각했다. 근데 막상 파트1의 초반부터 턱 막혀버렸다. 왜냐하면, 쓸 당시부터 나의 환온 쨔응은 자오곡 계책 같은 거 안썼다능!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다시보니 자오곡 계책이 맞다는 사실에..... 물론 실제 사례라고는 해도 위연의 계책과는 목표도, 진행 방향도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다고 공언을 한 셈이니까 요 며칠 동안 대충 훑어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내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파트2를 포스팅한다.


2. 한중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지금 현재의 행정구역으로는 섬서성에 소속되어 있어 마치 장안과 밀접한 생활권(?)인 것처럼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한대 및 위진남북조 초기의 한중은 행정구역부터가 장안과는 별개의 지역이었다.

한대에는 쭉 익주에 속해 있었으며 후한말 및 삼국시대에는 익히 알려져 있듯이 오두미교의 장로와 촉한이 지배했다. 장로 정권의 성립부터가 촉의 영향 하에서 일어난 것이고, 그 뒤에 유비가 한중을 점령한 것 역시 한중이 익주의 세력권이었다는 의미임이 분명하다.

서진 시기에는 한중을 중심으로 익주 북동부 일대를 분할하여 양주(梁州)를 신설하였다. 양주 소속 군현들의 면모를 보면 익주 북동부를 분할한 군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대략 익주를 구성하는 파(巴)와 촉(蜀)이라는 2개의 지방 중에서 파를 뚝 떼어 놓은 듯한 모습... 주도(州都)인 한중(남정)이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 기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ㅡㅡ;;; 여담이지만 이 양주의 위치 및 입지를 잘못 해석한 필자는 5호16국 연재를 하면서 관중의 옹주, 농 지역의 진주(秦州)와 함께 장안의 영향권이 미치는 3개 주로 표현하고 묘사하기도 했다.

5호16국 초기, 촉 지방에서 건국된 성한 정권은 양주 대부분을 지배하였는데, 한중의 경우에는 동진과 성한의 세력이 좀 겹치는 모습을 보인다. 대체로 성한은 한중을 침략하거나 약탈하는 면모를 보이며, 동진의 양주자사는 한중 한 지역만 아둥바둥 지키면서 겨우 버티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 시기, 심지어 귀축왕 석호의 치세에도 한중은 장안 및 관중과 거의 엮이지 않는다. 한중이 상당한 교통의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사방팔방 정벌하기에 여념이 없던 석호도 한중은 건드리지 않았다. 촉의 성한 정권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건드리지 않았다는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나 아무런 연관성도 보이지 않기는 어려울 듯 싶다.

어쨌거나 성한 정권이 존립하던 시기에는 한중은 촉과 강하게 엮였을 뿐, 관중과는 거의 엮이지 않았다. 또한 동시에 한중에서 아둥바둥하면서도 동진의 세력이 버티고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한수 방향의 교통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3. 이후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한중은 항상 동진의 영향권이었으며, 화북의 세력이 한중을 점령한 시점은 373년, 부견이 화북을 통일한 이후이다. 물론 한중과 강하게 엮인 땅, 촉도 이때 한꺼번에 점령당했다. 이것을 제외하면 한중 지역은 5호16국의 쟁패 내내 단 한 번도 화북, 관중의 세력의 지배를 받은 일이 없다. 관중의 중심인 장안과 그렇게나 가까웠는데 말이다!

후조(後趙)의 경우처럼 관동에 중심을 둔 국가라면 모를까, 전진(前秦)처럼 장안을 수도로 하였던 국가가 건국 이후 화북을 통일할 때까지 한중에 관심 한 번 주지 않았던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한중이 공격하기 어려운 요새지라는 의미도 되고, 반대로 한중이 장안과는 별개의 생활권이라는 의미로 보는 것도 무리한 추측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추측을 가능케 하는 근거로는 역시 한중과 장안을 나누는 경계인 진령산맥이 핵심(?)일 것이다.



4. 즉, 우리가 《삼국지연의》의 영향으로 인해 한중을 교두보로 장안을 점령한다는 대전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실제 역사 속의 모습들로 보자면 의외로 한중은 장안과 크게 엮이지 않은 지역일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짧은 지식으로 보건대, 한중 지역(그리고 그 배후지가 되는 사천 분지)을 중심으로 관중을 점령한다는 시나리오는 한나라의 건국자 유방을 제외하면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유방의 경우,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역시 관중이 통일된 정권 하에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역사 속에서 두 지역이 서로 엮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유방과 제갈량의 경우가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기준으로도 한중에서 장안으로 진출-공격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적이지 못한 독특한 발상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조조의 한중 정벌 과정을 살펴보고 싶어졌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살펴보련다.



※ 추가

그러고보니 생각났다....

전국시대 초중기까지 한중은 초나라의 영토였다. 심지어 진이 촉을 점령한 이후에도 한동안은 초나라 영토였다는 사실...  역시 한수를 통한 교통로 덕분이었을 것이다.

덧글

  • 굔군 2012/03/26 20:22 # 답글

    경주와 김해가 지금은 모두 경상도에 속해 있지만, 원래는 신라와 가야로 다른 세력권이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 야스페르츠 2012/03/26 21:53 #

    그런 것과는 좀 다르죠. 세력권은 달랐다고 해도 교류-군사적이든 평화적이든-가 있었음은 분명하니까요. 장안과 한중처럼 아주 가까웠으면서도 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것과는 좀 다를 듯...
  • 無碍子 2012/03/26 21:01 # 답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38&aid=0002160677

    진령 험준한 산에 잔도를 만들고 대군을 이동하는 건 정상적인 사고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군대 뿐 아니라 군량 군수물자를 운송해야하는 것도 생각하면 끔찍하지요.
  • 야스페르츠 2012/03/26 21:54 #

    진령산맥도 설마 저 정도였을까요? 촉은 확실히 저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ㅡㅡ;;;
  • 無碍子 2012/03/27 11:21 #

    양평도
    http://baike.baidu.com/albums/651867/651867.html#2433619$509b9fcb9feda99e52664fbe

    포야도
    http://baike.baidu.com/albums/1424993/1424993.html#0$58af236dba5583a14216942e

    당락도
    http://baike.baidu.com/albums/347599/347599.html#0$54baacfb68319a1e4f4aeac1

    만만한 길이 아닙니다.

    슴가대왕의 성공은 관중이 삼진으로 분할되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 합니다.
  • 원더바 2012/03/27 17:08 # 답글

    확실히 조조가 한중을 삼킨후 유비진영의 반응을 보면 한중은 관중 보다는 촉과 밀접했지요 ㅎ
    유언이 장로에게 한중을 맡기는 상황을 봐도 그런 맥락이고...

    관중과 한중은 그저 지도만으로 볼때 가까워도 이런저런 환경상 가깝지 않은게 재미난 지역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2/03/28 18:58 #

    참 독특한 지역이죠.
  • 넞2006 2012/03/29 00:40 # 답글

    애당초 제갈량의 북벌의 목적은 장안보다는 양주(涼州) 장악이었을 가능성이 높죠. 가장 성공적이었던 1차 북벌을 보면 설득력이 있더군요. 그렇다면 제갈량의 북벌에 있어서 장안은 단지 부차적인 목표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을 교두보로 삼아 장안으로 진격한다는 북벌의 전제는 잘못된 해석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 물론 이건 후세 사람들이(대표적으로 나관중) 제갈량의 북벌의 의미를 오해한 채로 소설을 쓴게 원인이겠지만....
  • 누군가의친구 2012/03/30 01:32 # 답글

    그 험한 지형을 5번의 북벌을 통해 원정을 가야 했던 제갈량의 마음을 출사표와 함께 느껴봅시다.ㅠㅜ
  • 해피사자 2015/04/28 21:08 #

    아으 썅 또 산악행군이야! 이런 느낌이군요.
    정말 승상의 충절 앞에 눈물 뿌리지 않는 자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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