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2 13:48

요동군의 이치(移置)에 대한 잡상 역사

요동의 위치가 변화했을까 에서 셀프 트랙백


1. 난하요수설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고조선시기에는 난하가 요수이고, 언제인지는 주장이 엇갈리지만 현재의 요하가 요수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근데 이거 끝이 언제인지도 애매한데... -_-;;) 난하가 요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만... 여하튼 상당수의 주장은 요수가 난하에서 요하로 이동했다고 한다.

요수의 이동은 동시에 요동과 요서 2개 군의 이동을 수반한다. 물론 요수의 위치가 언제 옮겨졌느냐에 따라 그 이동 여부도 모호해지긴 하는데... 어쨌든 고조선 시기의 요동-요서고구려 시기의 요동-요서를 다르게 보는 주장이 분명 존재한다.

요동-요서군이 이동하는 일, 역사적인 용어로는 이치(移置)라고 하는데 이를 좀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니 의문 한가지가 떠올랐다.



2. 이치라는 것은 행정구역이 다른 위치로 이동되어 설치되었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이치에 대한 여러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 사례로는 현도군의 이치가 있다.

기원전 107년에 설치된 현도군은 대체로 초기 고구려 영역에 해당하는 지역을 지배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현도군은 토착민들의 반발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기원전 75년에 서북쪽 혼하 방면으로 이치되었다. 이치되면서 당연히 현도군에 속했던 지역들은 대부분 토착민들의 손에 넘어갔다. 이후 2세기 경에는 고구려의 압박을 받아 다시 무순 방면으로 이치되었다.

현도군의 이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군현의 이치라는 것은 해당 지역을 포기하거나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또다른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례인 동진(東晉) 시기의 교주군현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화북의 영토를 상실한 뒤 그 유민들을 모아 화남 일대에 주·군·현을 교치한 것이다. 이는 동진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고 화북에서 명멸했던 이민족 왕조들에서도 일어났다. 한때 관동을 장악했던 후연은 관동을 상실하고 요서 일대로 밀려난 뒤에도 관동 지역의 교주를 영내에 설치하였던 바 있다.


즉, 군현의 이치는 해당 군현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3. 이치에 대한 다른 경우, 특히 요동-요서의 이치와 같은 경우처럼 "영토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영토로 옮겨진 군현"을 보여주는 사례는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다. 사료들까지 찾아갈 여유는 없다만, 단순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이런 사례는 등장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시황제는 통일 이후 남월 지역을 정벌하고 그곳에 3개 군을 새로 설치했다. 한무제도 조선, 남월, 서역 등을 정복한 뒤 그곳에 새로운 군을 설치했다. 당나라 역시 고구려-백제를 멸망시킨 뒤 그곳에 안동도호부와 웅진도독부를 새로 설치했다. 심지어 신라에는 계림도독부를 새로 설치하려고 했다.


영토를 확장한 뒤에는 새로운 행정구역을 설치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새로 확장된 땅이 얼마 되지 않는다거나 한다면 그 땅을 기존 행정구역에 편입시킬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이치되는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기존에 존재하던 행정구역을 새로 확장된 땅으로 옮긴다는 것은... 비상식적일뿐 아니라, 매우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기존 행정구역이 옮겨지게 되면서 그 땅에는 또 다른 행정구역이 옮겨와야 하고, 이런 이동의 연쇄와 함께 엄청난 규모의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 이런 개삽질을 할 이유가 없잖아. 새로 땅을 얻었으면 그냥 거기다 새 행정구역을 설치하면 간단하게 끝나는구만.



4. 사실, 이런 상식적인 수준의 의문을 품을 필요도 없이 요동군은 이치된 적이 없다. 이치되었다는 기록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아, 아니지. 이치되기는 했다. 광개토왕이 요동군을 완전히 접수하시고 난 뒤에. 그리고 이때의 이치는 어차피 그분들의 관심 밖이다.

아무리 유사역사학 추종자들이 요동이 이치된 정황을 추정해봤자 그것은 정황증거일 뿐. 게다가 그 정황이라는 것도 실상은 궤변과 끼워맞춤이 대부분인 것을. 현도군이나 교주군현의 사례처럼 이치에 대한 명백한 근거가 존재하는 경우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문헌사학은 둘째치고 고고학으로 넘어가면 이미 사망선고다. 요동군 소속의 개별 현의 위치까지 비정되고 있는 마당에 무슨 헛소리가 통하랴. 솔직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한심할 지경이다. 심심해서 쓰는 거긴 하지만.




덧.요동군의 이동이라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는 주장도 있다. 어차피 고구려 중기 이후에는 요동군이라는 행정구역 자체가 사라지니까, 그 이후 어느때인가부터 요수가 난하에서 요하로 옮겨졌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요동군이 옮겨질 필요가 없으며, 단지 지명의 변천과 함께 옛 행정구역의 위치에 대한 정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는 식의 주장.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긴 한다. 그나마 군현이 이치되었다는 파천황적인 주장보다는 개연성이 있다... 그래봤자 증명 못할, 아니 고고학은 커녕 문헌사학조차도 넘지 못할 주장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덧글

  • hyjoon 2011/05/12 14:58 # 답글

    이게 다 리지린 때문이라능.
  • 야스페르츠 2011/05/12 19:55 #

    아니라능. 신채호 때문이라능. ㅠㅜ
  • DreamersFleet 2011/05/12 15:40 # 답글

    그러고 보니 이치기록이 없는 듯.

    문헌사학은 둘째치고 고고학으로 넘어가면 이미 사망선고다. 요동군 소속의 개별 현의 위치까지 비정되고 있는 마당에 무슨 헛소리가 통하랴. ==> 북한학계도 학계라고 본다면 그들은 이치 위치는 물론 시점까지 밝히고 있죠. 몇개들은 이미 밝혔고,,,

    그리고 낙랑군 유물(이것도 논란은 있지만) 만큼 현도군, 요동군, 요서군 유물은 안나오는 것도 이상함.

    대체로 이동설은 장성의 끝단 기록에 많이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새로운 장성기록을 물증으로 제시하지만 북한 학계는 장성으로 절대 인정안하는 듯. 너희가 말하는 장성은 障과 塞일 뿐이다. 이게 그들의 말이죠.
  • 야스페르츠 2011/05/12 19:57 #

    현도군, 요동군, 요서군 유물이 안나오긴 무슨... 댁이 모른다고 없거나 안나오는 거 아니거든요? 전국연계 유물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안나오긴 개뿔.
  • DreamersFleet 2011/05/12 21:34 #

    호. 그렇군요. 보통 잘 모르던데요. 당장은 그렇더라도 유사역사학 퇴치를 위해서라도 널리 소개되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뜻있는 사람들이라면,,,
  • 밝은눈 2011/05/12 23:17 # 답글

    여전히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군요.
    앞으로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야스페르츠 2011/05/13 02:22 #

    아. 반갑습니다. 역사문에서 종종 뵈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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