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3 09:46

담백하게 풀어보는 고조선사 (1) 역사

※ 고조선에 대한 갖가지 오해와 망상들이 횡행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고조선사를 간단하고 담백하게 정리해 보는 작업을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기자조선이나 단군신화와 같은 "신빙성 낮은 기록"을 제외하고 고조선사를 살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그래서, 억측과 과장을 제외하고 담백하게 고조선사를 한 번 정리해 보련다. 일반적인 개설서 또는 백과사전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정리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자료를 보면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의지해서 쓰는 것이니만큼 오류가 많을 것이다. 여러 제현들께서 꼭 지적해 주길 바란다.



1. 건국

고조선의 건국 연대는 알 수 없다. 《삼국유사》나 《제왕운기》 등에 고조선의 건국신화가 기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건국에 대한 고조선인들의 믿음을 알 수는 있어도, 건국 시기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단군신화 속의 건국연대는 말 그대로 신화적인 연대이다. "헤라클레스가 하늘의 별이 된지 100년 후에 건국했다"는 말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 즉, 단기(檀紀)는 일종의 상징적인 연대일 뿐, 실제 고조선이 건국된 연대가 아니다. (단기(檀紀)란 무엇인가?? 참조)

실체로서의 고조선이 최초로 기록에 등장하는 시기는 기원전 7세기 무렵으로, 이 무렵의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 《관자(管子)》에 제나라와 교역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관자》는 전국시대에서 한대에 성립된 위서인데, 대체로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위서일지라도 기원전 7세기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편, 춘추전국시대에 성립된 기록인 《산해경(山海經)》에는 조선이 연나라의 동쪽, 바다의 북쪽에 있다고 나타난다.

이들 기록에 나타난 조선은 대체로 특정한 국가를 지칭한다기보다는 요동지방에서 한반도 서북지방에 걸쳐 성장한 여러 지역 집단을 통칭한 것으로 본다. 즉, 국가가 아니라 조선으로 통칭되는 종족 혹은 부족 집단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 일대에는 비파형동검(琵琶形銅劍) 문화를 공동기반으로 하는 여러 지역 집단이 존재하였는데, 이들 중 일부가 통합되면서 고조선이라는 국가가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원전 4세기 중반에는 연나라와 관련된 사료에서 조선이 연나라 동쪽의 유력한 세력으로 언급된다. 적어도 이 무렵에 고조선이 고대 국가로 성장하여 전국시대(戰國時代) 중국의 국가와 대등한 외교 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즉, 고조선의 실질적인 건국 연대는 기원전 7세기에서 기원전 4세기 사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고고학 발굴 성과를 토대로 건국 연대를 기원전 10세기에서 15세기, 심하게는 20세기까지 올려 잡는 경우도 있으나, 이러한 견해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요동 일대의 문화 발전 단계 상 그 당시에 국가를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 발전

4세기 말, 고조선은 연나라와 외교적 분쟁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분쟁 기사가 또 미묘하다.

연의 역왕(易王)이 왕호를 참칭하고 동으로 와서 땅을 침략하려 하매, 조선후가 군사를 일으켜서 연을 치고 존주(尊周) 하려 하였으나, 대부 예(禮)가 이를 간하므로, 중지하고 예를 시켜서 서쪽으로 가서 연왕을 타이르게 하니, 연도 중지하고서 공격하지 않았는데, 조선후가 또 왕이라 칭하였다.
《동사강목》제1上 무술년(기원전 323) 기사

이 기사에 따르면, 연의 역왕이 왕을 자칭하자, 조선의 군주가 왕을 참칭한 연의 군주를 응징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키려 했다는 의미가 된다. 즉,  중국의 종주국 주나라의 제후국 "기자조선"을 전제로 두어야지만 성립 가능한 기사다. 모든 면에서 후대에 날조된 전설이라고 판단, 현대 역사학에서는 "퇴출"된 기자조선인데, 이 기록은 기자조선이 없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묘한 문제가 있지만, 대체로 우리나라의 학계에서는 이 기록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적어도 연나라와 외교적 마찰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며, 또한 이 무렵에 "당시 동아시아 문명권에서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 호칭""왕"을 자칭했다는 것을 중요시한다.

지금의 우리가 보기에 왕이라는 칭호는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대 중국에서는 왕이란 곧 천자(天子), 천하를 지배하는 자를 의미하는 중요한 호칭이었을 것이다. 물론 조선이 왕을 자칭할 무렵에는 전국7웅 가운데 약체에 속하는 연나라도 칭왕을 할 만큼 왕이라는 칭호의 권위가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세력 내부에서 벌어지는 칭왕과 외부 세력인 조선의 칭왕은 경우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아무리 개나소나 왕이라고 칭했다지만, 중국의 천하를 넘어 야만족까지 왕을 칭했다는 사실은 중국 내부에서 나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조선이 왕을 자칭한 사건은 대체로 조선이 단순한 부족 집단이나 초보적인 연맹체 단계를 넘어서 상당한 국력과 왕권을 갖춘 국가로 발돋움했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320년 경의 일이다.

덧글

  • hyjoon 2010/12/13 10:37 # 답글

    새로운 연재가 시작되었군요.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 야스페르츠 2010/12/13 12:43 #

    연재랄 것 까지야... 아마 3~4편으로 끝날텐데요.
  • 耿君 2010/12/13 11:42 # 답글

    옷 드디어 이 기획이!!
  • 야스페르츠 2010/12/13 12:43 #

    ㅎㅎ 근데 너무 날림이라 걱정이라능
  • 리리안 2010/12/13 11:54 # 답글

    새 연재 다~(하악하악)
  • 야스페르츠 2010/12/13 12:43 #

    항가항가
  • 한단인 2010/12/13 13:07 # 답글

    다음 연재 내놓으라능 항가항가
  • 야스페르츠 2010/12/13 13:09 #

    제물을 바치면 내놓겠다능 하앍하앍
  • Allenait 2010/12/13 14:42 # 답글

    신연재로군요!!!
  • 야스페르츠 2010/12/13 15:57 #

    제물... 제물을 바치시오!
  • Jes 2010/12/13 16:27 # 답글

    담백하군요. 어서 담백한 다음 편을....
  • 야스페르츠 2010/12/14 10:15 #

    다음편은 짜게 만들겠습니다.
  • intherain 2010/12/13 16:38 # 답글

    제물로 문명(확장팩)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연재는 재개되지않았다. -Bad ending-
  • 야스페르츠 2010/12/14 10:15 #

    오오... 제물...
  • 마무리불패신화 2010/12/13 16:39 # 답글

    1.고조선의 건국 연대를 그대로 믿어버리면 문제가 되는게 그 때가 바로 신석기 시대라는거죠. 덕분에 한참 의문이 들었었다능..

    2. 연나라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생각나서 찾아봤는데, 조선이 연한테 털렸을 때가 전국 시대 초 쯤으로 생각했는데 보니까 전국시대 말 쯤으로 나오더군요.
  • 야스페르츠 2010/12/14 10:16 #

    신화와 역사를 구분해야 하겠지요. 조선이 털릴 무렵의 연나라는 그야말로 먼치킨이었던지라. ㄷㄷㄷ
  • 행인1 2010/12/13 16:52 # 답글

    아무래도 기원전 4세기쯤에 와서야 나라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보는게 맞겠군요.
  • 야스페르츠 2010/12/14 10:16 #

    그렇지요. 건국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실질적인 건국은 기원전 4세기라고 봐야 할 겁니다.
  • 파랑나리 2010/12/13 20:50 # 답글

    1. 족보연재 5탄까지 하기로 했는데 4탄까지만 나왔습니다. 마저 연재해주세요.
    2. 조선의 정치체제는 봉건제였습니까? 주나라의 혈연 봉건제와 다르고 은나라의 봉건제와 비슷한 봉건제-어떤 나라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 천자의 권위를 인정받아서 성립되는 봉건제. 오류 지적 바람-였습니까?
  • 야스페르츠 2010/12/14 10:17 #

    1. 그건 흑역사... ㅡㅡ;;
    2. 그런 걸 알 방도는 없지요. 그런 걸 알면 학자들이 이렇게 고민하고 싸우겠습니까. ㄷㄷ
  • 파랑나리 2010/12/14 11:21 #

    1. 에? 그게 왜 흑역사에요? 저는 이 참에 아예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종법宗法까지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일본은 족보가 없고-가계도가 있지만 그걸 족보라 치지 않죠.- 성씨제도가 문란하고 중국은 한국의 본관&족보의 원조이고, 거기도 후한~남북조까지 중앙집권적 귀족제도가 있었어요.)
    2. 시간과 공간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으면(타임머신 발명) 역사학자들은 굶어죽을까요?
  • 2010/12/14 16:1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지나가던사람 2011/05/23 02:18 # 삭제 답글

    흠... 그렇다면 일본의 '진무덴노'도 한국의 단군과 비슷한것인가요?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일본이 나라를 갖춘것은 몇세기쯤인가요?
    당시 일본이 엄청나게 많은 소국들로 분열되어있는건 알겠는데... 그중 한개국가라도
    실질적으로 왕을 칭하고 나라꼴을 갖추기시작한게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사의 고조선이나 중국사의 하상주는 알아도 일본은 잘몰라서;;
  • 오늘은왠지 2018/03/26 15:47 # 삭제 답글

    고조선의 본격적인 국가형성 시기를 BC4~3세기경으로 보는 것에 대해 강한 이견이 제시되고 있죠. 예들들어 한국고고학회 등에서는 오히려 BC4~3세기를 고조선의 후기시대로 즉 고조선의 건국시기를 훨씬 더 높게 보고 있죠. 또한 요동로 한정시키니까 국가형성시기가 늦추어질 수 밖에 없겠죠. 논란이 있음니다만 만약 홍산 등 요하유적을 고조선의 초기 지역으로 본다면, 고고학적으로는 국가 형성의 기본요소인 제단, 신전, 묘 등이 모두 갖추었죠. 더군다나 국가형성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청동기가 이미 BC 3500~3000사이에 시작되었으니까요.(뉴허량의 피라미드형 제단에서 청동 도가니와 슬래그가 발견됨). 문자로 기록이 안되었다고 해서 고조선의 시기를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봅니다.
  • 오늘은왠지 2018/03/28 18:24 # 삭제 답글

    야스님은 고조선에 대해서는 국가형성 시기 뿐만 아니라 강역에 대해서도 너무 깍아내리는 경향이 있으신듯...
    1일 공개된 발제문에 따르면 이청규 영남대 교수는 '종족·민족의 형성과 고조선' 발표에서 청동기, 토기, 무덤 양식 등을 근거로 고조선이 랴오둥반도 서쪽을 흐르는 강인 랴오허(遼河)부터 북한 서부까지 존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기원전 1000년을 전후해 중국 동북 지역과 한반도에 동족의식을 가진 다수의 종족이 있었고, 그중 한 종족이 세운 최초의 나라가 고조선이었을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고조선은 광활한 제국 아니다"…고고학으로 살핀 고조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0/31/0200000000AKR20171031168700005.HTML
    http://cafe.daum.net/yeohwicenter/8q9G/52
  • 고대사궁금 2018/08/20 00:30 # 삭제 답글

    보통의 한국고대사 개설서 이상으로 고조선이나 한사군 역사에 대해 잘 정리된 책 한두 권만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노태돈 교수님의 <한국고대사>를 읽어봤지만 고조선이나 한사군에 대해서는 너무나 간략하게 나와 있어서 아쉽더라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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