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9 14:48

단순한 사실의 나열, 그 무서움 雜想

위키백과에서 또 분쟁을 주도(?)하는 중이다. 제길.


고려 태조와 조선 태조 문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피 사용자에 의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달렸다.

고구려를 계승하여 고려를 건국하였지만, 고구려의 수도였던 서경으로 천도하지는 않았다. (그의 아들 정종의 대에 이르러서야 서경으로의 천도 움직임이 일어난다) 태조 왕건은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건국이념을 내세웠지만, 고구려의 수도인 서경으로 천도하지도 않았고, 옛 고구려의 영토를 일부분만 회복하였다. (황폐해진 서경을 주요도시로 부흥시키기는 하였다 -> 왕식렴과 분사제도 참고)


본인 스스로가 고려말 공민왕 시절 요동수복을 위한 북벌을 지휘하였다. 그러나 조선을 건국한 이후에는 수도를 후방인 한양으로 천도하였다. 또한, 우리 민족의 공식적인 마지막 요동 수복 운동(우왕 시절) 때에 군대를 이끌고 가다가 도중에 위화도에서 회군하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 아무런 앞뒤 설명 없이 뜬금없게 등장한 이 서술은 상당히 의아한 편집이다. 게다가 그 내용은 특정한 방향으로 판단을 내리도록 명백하게 편향적인 사실의 나열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 태조가 고구려 계승을 하지 못했다는 해석을 유도하며, 조선 태조가 고토 회복을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강요한다. 즉, "사실의 해석"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일부 편향적인 문체와 가치판단을 강요하는 용어를 제외하면, 해당 내용은 지극히 단순한, 그리고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러한 나열을 통해 얼마나 무서운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있는가.


초기 저 편집이 있은 이후 나를 포함한 몇몇 사용자가 이를 되돌렸으나, 해당 아이피 사용자의 당당한 대처에 당황하게 되었다.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했을 뿐이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다만, 아주 악의적인 의도가 있을 뿐이다. 초기에는 저 말에 당황하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의도와 문제점을 파악했으니, 분명한 대처를 할 때다.

물론, 그래봤자 난 토론으로 유도하고 계속 되돌리기만 할 뿐이지만.

공정한 관리자라면 이런 사단을 좌시하지 않을테지.



여하튼, 단순한 사실의 나열, 그것에도 무서운 오의가 있다는 것을 이 일을 통해 깨달았다.


무섭다.

덧글

  • 크핫군 2010/12/09 14:53 # 답글

    Lanke가 보고 웁니다
  • 야스페르츠 2010/12/09 15:14 #

    답답합니다.
  • 드래곤워커 2010/12/09 16:25 #

    Ranke이빈다.
    랑케의 사료중시에 대해 어떠한 사실에도 해석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한 게 카고요.
  • 크핫군 2010/12/09 16:32 #

    읭? L이 아니라 R인가효;;;
  • 슈타인호프 2010/12/09 15:16 # 답글

    사실은 사실이 분명한 이상 추가설명으로 적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야스페르츠 2010/12/09 15:26 #

    글쎄요. 모두 본문에 흩어져서 나와 있는 것들이거든요. 그것을 띄엄띄엄 따다가 모아 놓는 것은, 그것이 의미를 가진다는 해석과 그 출처가 없는 이상 중복된 내용이 될 수 밖에 없거든요. 제 생각에는 위키백과의 지침 상으로도 이런 편집은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hyjoon 2010/12/09 15:26 # 답글

    랑케가 무덤에서 일어나겠군요.......(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 야스페르츠 2010/12/09 15:26 #

    ㄷㄷㄷ
  • 미스트 2010/12/09 16:54 # 답글

    저 '담담한 사실의 나열' 사이 사이에 부연 설명을 넣어버리면...?
  • 야스페르츠 2010/12/09 18:22 #

    행간에는 이미 들어 있다는...
  • 2010/12/09 16:5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0/12/09 18:23 #

    ㄷㄷㄷ
  • ..... 2010/12/09 17:07 # 삭제 답글

    으음. 저 문장이 상당히 뜬금없이 나왔다면 삭제를 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그러나 사실의 나열이라면 그와 반대되는 사실을 나열함으로서 교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시각이 편향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신의 시각 역시 편향될 가능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함축합니다. 누군가의 시각이 명백히 편향되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환빠야 애당초 소설을 쓰니까 제외지만 -_-;
  • 야스페르츠 2010/12/09 18:24 #

    일단 조정을 거쳐 원만하게 해결되었습니다. ^^;;
  • 누군가의친구 2010/12/09 19:37 # 답글

    저게 뭔소리랍니까...ㄱ-
    위키에서 독자적 연구는 삽입 불가 아닙니까?
  • 야스페르츠 2010/12/10 10:33 #

    대처하기 참 난감하긴 했습니다만, 독자연구 소지가 있음을 논리적으로 풀어냈습죠.
  • rumic71 2010/12/09 21:04 # 답글

    왕년의 팩트논쟁이 떠오르는군요.
  • 야스페르츠 2010/12/10 10:33 #

    음... 팩트 논쟁이라...
  • 파랑나리 2010/12/11 00:08 # 답글

    그저 사실만 늘어놓아서 거짓말을 하거나 헐뜯는 건 참 쉽죠. 저기서 사실만 늘어놓은 글이 실제로 어떤 악의적인 왜곡을 유도하는 거라면 진실은 어떻습니까?
  • 야스페르츠 2010/12/13 09:54 #

    일부 신문들이 잘 하는 일이지요. ㅎㅎ
  • 파랑나리 2010/12/13 20:41 #

    어느 신문들인지는 저도 짐작이 가고 그게 아니라 위의 글에서 왜곡된 진실은 무엇이냐입니다.
  • 파랑나리 2010/12/14 11:22 # 답글

    산해경과 관자와 주례는 위서로 알고 있는데 언제 누가 쓴 겁니까?
  • hyjoon 2010/12/14 17:30 #

    『산해경』은 우임금이 썼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나라 때 등장했고, 『주례』의 경우는 주나라 때 주공이 썼다고 하는데 학자들은 대개 기원전 300년 경에 유가계열의 이상주의자가 위작했다고 봅니다.
  • hyjoon 2010/12/14 17:38 #

    『관자』의 경우도, 기원전 7세기 경의 인물인 관중(관포지교의 주인공. 제나라의 재상)이 썼다고 하지만 실제로 성립된 시기는 기원전 4세기 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가 계열의 인물이 썼다고 봅니다.

    『주례』와 『관자』의 경우, 그 자체의 전승 역시 오래된데다 작성 연대가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위서지만 사료가치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의미를 다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실제로 위서가 성립된 시기의 사상과 관련된 자료로 쓰인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만.
  • 파랑나리 2010/12/14 19:44 #

    황당고기보다 가치 있는 위서네요. 그런데 4서3경이라는 것도(그 중에서 중용과 대학은 남송의 주희가 예기에서 추출한 거니 예기에 넣어서 오경-시,서,역,예기,공자춘추-으로 얘기해도 되겠네요.) 대개는 진한시대 지식인들이 짜깁기한 위서 아닙니까? 저는 유가 경전에서 오늘날 처음 뜻을 제대로 전하는 게 얼마나 될 지 의심합니다. 논어만 해도 한나라 때 제나라 판, 노나라 판, 그리고 노魯공왕恭王 유여劉餘가 궁실을 넓히려고 공자의 집을 허물 때(유가를 받아들인 전한에서 자기 집 넓히려고 공자의 집을 부수다니 제정신이 아닙니다.) 나온 논어(그런데 이건 알수 없는 까닭으로 사라졌죠.)가 있었는데 셋 다 없어지고 누군가가 제나라,노나라를 짜깁기한 것이 오늘날 논어죠. 이쯤되면 믿을 수 있을까요?
  • hyjoon 2010/12/14 23:07 #

    사서삼경같이 당사자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책들은 그런 검증 과정을 통과한 것입니다. 한나라 때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실제로 누가 썼는가에 대해 송나라 때부터 검토를 했습니다. 사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의 경우에는 홍익출판사에서 나온 동양고전총서 시리즈로 출판된 것들을 보시면, 본문 앞에 이러한 검토 과정에 대한 서술이 있습니다.
  • 파랑나리 2010/12/14 23:36 #

    문헌의 진위여부는 그렇다치더라도 문제는 해석입니다. 수많은 한문고전(전국시대 이전)들은 해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지금까지 허황된 얘기가 해석으로 전해져 옵니다. 도덕경만 해도 수많은 해석이 엉터리였고, 그것이 몇 천년을 이어왔습니다. 노자가 황로학파나 도가 같은 신비주의적 신앙에 휘말린 것, 사이비 노장사상(악희님 블로그 참조)인 현학이 노자를 빌린 것이 이러한 일 때문입니다.(벽운 이경숙이 번역한 [완역 도덕경] 출판사 : 명상. 이 책은 잘못된 해석을 꼼꼼히 짚고 넘어갑니다.) 이러한 경우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0/12/15 01:07 #

    ㄷㄷㄷ 저한테 그런 거 물어봐도 몰라요. 저는 환Q 분야에만 특화된 스페셜리스트인지라. ㅎㅎ
  • 파랑나리 2010/12/15 10:29 #

    야스페르츠//환Q 그것은 냄새도 더럽고 맛도 없으며 미국산 소고기 못지 않은 환국산 고기를 먹고 큰 병에 걸린 사람. 뭐 그래도 치료는 할 수 있으니...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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