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5 22:00

간지 폭풍 만해 선생님 직장


오늘 회사에서 일하다가 발견한 사진이 있습니다.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이렇게 포스팅을 합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을 아십니까?

아마도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서정시이자 저항시인 <님의 침묵>을 지으신 분으로 가장 유명할 것 같습니다. 3·1운동 때에는 민족대표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셨던 유명한 애국지사이시기도 합니다. 일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독립투사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끝까지 변절치 않고 독립을 염원하셨던 분이십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만해의 이미지는 어떨까요? 아마도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합니다.


인자하신 저 미소. 왠지 <님의 침묵>을 지은 시인의 모습이 팍팍 느껴지지 않나요?

너무 미화가 된 것 같다구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강직한 민족지도자의 모습이 느껴지십니까? 굳게 다문 입술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진짜 만해 선생님의 모습은 따로 있습니다.


지금, 그 모습을 공개합니다.



간지 폭풍!!!

이 얼마나 포스가 넘치는 모습입니까?!?!


=================================
농담은 그만하고,

이 사진에는 정확한 날짜가 써 있지 않아서 언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3·1운동 당시에 만들어진 수형기록표라고 하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우리가 평소에 알던 만해 선생님의 모습과는 다른,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간 만해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독립운동가의 강직한 모습이나 시인의 인자한 모습으로 미화된 만해와 다른 모습이죠.


왠지 불량스러워 보이기도 한 이 사진 속의 만해의 모습처럼, 독립운동가들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수감하던 당시에 만난 항일운동가이자 사회주의자 박익섭의 모습을 기록한 이소가야 스에지(磯谷季次)의 글이 있습니다.

"박익섭은 항상 싱글벙글 웃고 있었으며 때때로 우리들을 웃기기까지 했다. 그것은 정말이지 노동자 같은 소박한 몸짓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목욕을 마치고 감방에 되돌아오면 옷을 갈아입기 전에, 완전히 벗은 채 우리들 앞에 서서 음모를 여덟 팔자(八)로 비틀면서 직립부동의 자세로 "자 여러분 나는 대장입니다"라고 말하고는 거수경례를 하여 모두 웃겼다."


박익섭은 당시 사형수로 언제 사형당할지 모르는 사람이었죠. 그런 그가 이렇게 유쾌할 수 있었다니... 왠지 함께 웃고 싶어지면서도, 가슴이 무거워집니다. 이렇게 선이 굵었기 때문에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이상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만해 선생님의 성격 같은 것은 과문한 제가 잘 모릅니다만 저 수형기록표 속의 사진을 보면 만해 선생님도 호탕하고 유쾌하신 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한 성격 했을 것 같기도 하고... ㅎㅎㅎ



오늘 이오공감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어떤 글에도 이 사진을 바치고 싶습니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그 시대도 사람이 살던 시대였죠. 그 시대는 교과서에만 나오는 시대도 아니고, 책에만 나오는 시대도 아니며, 옆집 아저씨의 증언에만 나오는 시대도 아닙니다.

지난해 일본군위안부와 관련된 전시를 작업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당시는 할머니가 아니었지만)의 사진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도 사람이고, 지옥과도 같았던 그 생활 속에서도 잠깐씩이라도 웃을 일이 있었겠죠. 그 잠깐의 웃음은 어쩌면 지옥도만 생각했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사람이 사는 모습이 아닐까요?



오늘은 성역에 머물고 있는 위인이 아닌, 인간 한용운을 만날 수 있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덧글

  • 대도서관 2010/08/05 23:09 # 답글

    분명 그 우울한 시대에도 온갖 고생 다 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도 웃을 수 있었던 때는 있었겠죠...
    한용운 선생님의 저런 폭풍간지 모습은 처음 보네요 ㄷㄷㄷ;;
  • 야스페르츠 2010/08/06 00:32 #

    정말 간지 폭풍이죠. ㄷㄷㄷ
  • 스즈카 2010/08/05 23:13 # 답글

    김갑수 씨가 유명세를 탄 게 '님의 침묵'이라는 연극에서 만해 한용운 역을 맡게 되면서라고 들었는데, 그때 포스터 보니 김갑수 씨가 저 사진을 잘 재현해낸 거 같습니다. 그거랑은 별개로 정말 폭풍간지네요.
  • 야스페르츠 2010/08/06 00:32 #

    왠지 한용운이 아닌 것 같기도... ㄷㄷㄷ
  • 푸른화염 2010/08/05 23:13 # 답글

    저는 두번째 이미지로 많이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위인을 지나친 성역에 가두어두고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통상대감 같은 경우엔 성역이고 아니고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말이지요.(먼산)
  • 야스페르츠 2010/08/06 00:33 #

    통상대감은 인간이 아니십니다. ㅋㅋㅋ
  • Niveus 2010/08/06 00:41 #

    치트공은 인간이 아니십니다.
    조~금 인간다워보이시려고 건강이 좀 안좋으셨을뿐(...어!?)
  • hyjoon 2010/08/06 00:56 #

    Niveus/ 그나마 그 건강이 안 좋은 것도 평균치를 내 보면 그렇게 나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병에 걸렸던 갑오년(1594) 초기를 제외하면 한달 평균 2~3회 정도인데, 당시 나이(전쟁 때 이순신은 47~54세)와 평균수명을 고려하면 그렇게 건강이 특별이 안좋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0/08/05 23:48 # 답글

    교과서때문에 이미 두번째 이미지가 많이도 눈에 익어서 말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0/08/06 00:33 #

    교과서에 저 이미지가 나왔던가요? ㅎㅎ
  • 누군가의친구 2010/08/06 08:13 #

    국어교과서나 한국사 관련 교과서의 한용운은 두번째 이미지로 나왔지요. 첫번째 이미지나, 세번째 이미지는 처음 봅니다.ㅋㅋㅋ...
  • Niveus 2010/08/06 00:42 # 답글

    두번째 이미지가 박혀있었는데 세번째는 처음보네요 -_-a
  • 야스페르츠 2010/08/06 09:40 #

    폭풍간지! ㅋㅋ
  • 궁상각치우 2010/08/06 00:45 # 답글

    개인적으로 만해 선생님의 시를 너무 좋아합니다. 일제강점기는 여러모로 천재들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할정도로..
  • 야스페르츠 2010/08/06 09:40 #

    <님의 침묵>에는 진짜 주옥 같은 시들이 많죠.
  • hyjoon 2010/08/06 00:56 # 답글

    세번째 사진.....어째 좀더 만해 선생님이 진솔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네요 ^^
  • 야스페르츠 2010/08/06 09:41 #

    왠지 까불다가 한 대 맞을 거 같은 사진이죠? ㅎㅎ
  • Allenait 2010/08/06 01:03 # 답글

    전 두번째 사진이 좀 익숙한것 같군요
  • 야스페르츠 2010/08/06 09:41 #

    그렇죠?
  • rumic71 2010/08/06 01:35 # 답글

    "조선인이 네 시다바리가."
  • 야스페르츠 2010/08/06 09:41 #

    니가 가라, 오키나와.
  • 진성당거사 2010/08/06 06:00 # 답글

    한용운 선생의 사진은 여러 종류가 있지요. 소개해주신 저 수형표 카드가 그 중에서는 가장 시기가 앞서는 것으로 보이구요. 다만 교과서나 다른 통상적인 매체에 실린 한용운 선생의 사진/초상화들은 너무 심히 미화된 것이 많아서 그게 참 맘에 안 들 때가 많습니다. 흐리멍텅한 일제시대 잡지 사진 하나 말고는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김소월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 야스페르츠 2010/08/06 09:42 #

    네. 노년에 찍은 수형기록표 사진도 있는데 그것도 간지가 넘치죠. (응?)
  • 어릿광대 2010/08/06 06:27 # 답글

    저도 두번째 사진이 꽤 익숙했는데 마지막 사진을 보니까 간지가 넘치면서 웃음도 나오기도 하네요..
    좋은 사진보고갑니다 ㅎㅎ
  • 야스페르츠 2010/08/06 09:42 #

    간지란 이런 겁니다.
  • 니르바나 2010/08/06 14:20 # 삭제 답글

    일제시대에 지어놓은 교도소,구치소는 해방이후에도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쓰고 있지요. 친일청산 못한 것은 그렇다 쳐도 @@같은 일제의 교정시설이라도 다 철거해줬으면 합니다. 그런 곳에 갇혀 있다고 출감하면 분해서라도 또 재범죄 저질러요.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 해도 한국,일본의 감방에 쳐넣는 것은 범죄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개돼지도 그런 곳에 안 가두겠습니다. 그런 곳에서 수십년을 버틴 광복투사분들의 노고에... 목이 메입니다.(__)
  • 야스페르츠 2010/08/07 11:04 #

    강점기 당시의 교도소가 그대로 다시 광복 이후에도 사용되었던 것은 문제임이 틀림 없겠죠. 그렇다고 그걸 다 철거하자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길이길이 보존해 두고 경각심을 일깨워야죠. 그런 점에서 마포형무소가 철거된 게 아까비...
  • rumic71 2010/08/07 15:07 #

    뭐 그것도 두목급쯤 되면 감옥이 거의 리조트 수준이 됩니다.
  • 들꽃향기 2010/08/07 02:21 # 답글

    딴소리일수도 있습니다만, 사람사는 모습이라는 점과 그 일면을 포착하려는 의도의 말씀에 공감을 표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런 일면을 포착하는 것도 역사가의 재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그나저나 우리 만해선생님 눈빛이 뇌세적이군요. ㄷㄷ 제가 여자였다면 오히려 반해서 파계하시라고 징징뎄을지도..(으잌!)
  • 야스페르츠 2010/08/07 11:04 #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 크핫군 2010/08/08 18:58 # 삭제 답글

    임의 침묵
    한 용 운

    임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임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임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임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임은 갔지마는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임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뿧빻빻 2011/03/03 09:56 # 답글

    으에...
    제가 뭐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는건 아니지만 저 수감되어 있는 한용운 눈빛이 꼭 80년대 감옥에 붙들려가는 유시민의 눈빛이랑 다를 바가 없네요..(딱히 유시민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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