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8 17:17

측은, 수오 그리고 만들어진 한국사 雜想

소위 환Q라고 부르는 그분들을 비판하는 일을 소일거리로 삼은지가 어언 4년 가까이 되어 간다. 초창기(?)에는 나도 잘못된 정보에 낚여 뻘소리를 한 것도 많고, 지금이라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키배도 있다. 그러다가 초록불 님의 블로그를 알게 되고,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여러 강호제현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되었다.

2006년, 군대를 막 제대했을 무렵의 나는 지식도 부족하고 자료를 찾을 줄도 모르던 천둥벌거숭이였다. 끓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욕설 섞인 키배를 하는 일이 다반사. 그리고 돌아오는 청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싸운다, 니가 뭔데 그러느냐, 화교, 짱깨, 친일파 운운. 이런 반응에 나는 분노해서 더 가열차게 싸워댔고, 남는 것은 폐허 뿐.


그러다가, 악질식민빠 님의 가열찬 추적에 힘입어, <환단고기>에 대한 완벽한 사형선고가 내려지면서 상황은 조금 변했다. 그분들의 거짓말이나 모순을 지적하는 선에 머물렀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그분들의 도덕적 우위(?)가 무너지고 치명적인 정체가 발각되었기 때문. 네이버 지식인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대략 이 무렵부터 그분들은 완벽하게 수세로 몰렸다. 올라오는 질문의 수도 급격하게 줄었고, 이때를 기점으로 전향(?)하는 그분들도 상당수였다. 그리고, 우익 성향의 몇몇 분들은 전쟁의 종결을 선언하고, 싸움을 지속하는 이들의 활동을 쓸모없는 행위, 잘난척하는 행위로 치부하고 오히려 공격하기까지 했다.

여하튼 사실상 발전적인 싸움은 끝난 것이 분명하다. 남은 것은 소모전 뿐.


그리고 나 역시 변했다. 이전까지는 분노와 증오의 감정으로 이어왔던 싸움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분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자신도 어쩌지 못할 열등감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제 자신들의 잘못조차 인정할 수 없어 더욱 더 끝을 향해 치달아야 하는 사람들. 측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마음을 바꿔먹고 보니 그분들과의 싸움은 양상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철저한 박멸을 위해 강경한 어조, 칼 같은 단언으로 점철되었지만, 이제는 가능한 부드럽게 그분들의 측은한 모습을 지적한다. 그분들은 부끄러운 존재이지만 미워해야 할 존재는 아니다. 이런 변화 때문일까? 네이버 지식인에서 계속된 활동(?)에 대한 반응이 달라졌다. 여전히 불쌍한 사람들은 많지만, 이를 지켜보는 제3자의 반응은 확실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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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불 님의 신간 <만들어진 한국사>. 사실 내용은 새로울 것도 없고, 이미 초록불 님의 블로그에 있는 내용들이 정리된 것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리되어 출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디든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레퍼런스가 생긴 것이다. 조만간 위키백과에 테러할 것임 본격적인 유사역사학 비판 서적의 최초 출간이라는 점도 무한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이 엄청난 내용들을 모두 정리하신 초록불 님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컨대, 무조건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결코 진입장벽이 낮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 접했을 때 쉽게 읽힐만한 책은 아니다. 이 전쟁(?)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면, 첫 도입부터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초적인 지식, 그리고 소위 환까들의 생각에 대한 공감대가 없다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내용이 쉽지 않다는 점보다 더 큰 장벽이 바로 이점이다.


<만들어진 한국사>, 이 책의 어조는 신랄하다. 블로그 상의 문체와 큰 차이가 없다. 블로그의 포스팅이라면, 키보드 배틀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을테지만, 책으로 읽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앞서 서술했던 경험처럼, 제3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상당한 거부감이 들 것이다. 이미 그분들의 단계에 접어든 사람을 차치하더라도, 심정적으로 저쪽에 기울어 있는 사람의 상당수는 어조나 문체에서부터 벽에 부닥칠 것 같다. 초록불 님의 신랄한 어조는 분명 통쾌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걱정된다.


흔히 좌우의 대립을 말할 때 우파는 부패해도 되지만, 좌파는 부패하면 끝장이라고 한다. 나는 유사역사학과 우리의 대립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덕일이나 백지원 같은 이라면 패악질에 가까운 문체를 사용해도 된다. 강렬한 어조로 비난을 퍼부어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제3자의 눈은, 유사역사학의 패악질은 필터링이 되어도 우리의 비난과 분노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지난 경험으로 보건대 그렇다.


한갓 키보드 워리어에 불과한 내가 이런 비판 아닌 비판을 하는 이유는, 그래도 키보드 워리어로서, 이 전쟁(?)의 최전선에서 지금도 싸우고 있는 현역으로서 가지는 아쉬움 때문이다. 애독자로서 가지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록불 님이 일전에 분노와 증오에 대해 포스팅한 것이 생각났다. 또 증오가 지나쳐 우군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내쳐버린 어떤 이도 생각났다. 링크 참조

지금의 초록불 님이라면 이미 저 단계는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의 느낌으로 생각컨대 <만들어진 한국사>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의 내 모습이 생각나고, 그래서 더욱 부끄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덧글

  • hyjoon 2010/04/18 17:18 # 답글

    후후.....어쨌든 명산에 보관할만한 소중한 도서가 나온 겁니다. ㅎㅎㅎ
  • 야스페르츠 2010/04/18 18:09 #

    물론이지요. 그점은 추호의 의심도 없습니다. ^^
  • 2010/04/18 17: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0/04/18 18:10 #

    어쩔 수 없지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보니... ㅠㅠ
  • 초록불 2010/04/18 17:59 # 답글

    블로그에 쓴 글과는 문체 면에서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랄한 부분은 굉장히 많이 뺐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네요. (하지만 초고를 보셨으면 기절하셨을 듯...^^;;)

    책의 난이도는 가늠하기가 좀 어렵네요. 편집부에서 좀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는가 하면, 이 문제에 대해서 사실상 아는 것이 없는 제 큰애가 재미있다고 읽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은 그냥 떡밥 분쇄용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그 목적이 달성된 것이긴 하죠. (어떻게 보면 어렵기로는 이X재의 책보다 어려운 책이 없어요. 문장의 이해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서...)

    이 책을 만들면서 역시 크게 깨달은 것은 "안티"의 개념에서는 더 이상 나아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환Q시리즈를 만들면서도 생각하고 있는데,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역사학 책이 필요합니다.

    기회가 되면 제가 할 작업은 이것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야스페르츠 2010/04/18 18:11 #

    이중X의 책은 진짜... ^^;;;;

    책의 목적이 떡밥 분쇄용이라면 충분한 가치이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반인들을 위한 배려가 좀 부족한 점이 아쉬워요. 물론 그건 제 생각일 뿐이고... ㅡㅡ;;
  • 초록불 2010/04/18 18:15 #

    책이란 게 좀 그런 점이 있기도 하더군요. 일단 초고를 가제작했을 때 600쪽이 넘었거든요. 결국 핵심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말씀한 그런 부분부터 날려버려야 하더라고요.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어서...ㅠ.ㅠ

    이후 한 3년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보니까 막판에 막 징그러운 생각이... (결국은 제 부걱의 소치라능...) ㅠ.ㅠ
  • Allenait 2010/04/18 21:52 # 답글

    만들어진 한국사의 그 서문이 제일 신랄했던 것 같군요
  • 야스페르츠 2010/04/19 12:06 #

    통쾌한 맛은 일품입니다아아
  • 소하 2010/04/18 23:58 # 답글

    위서의 역사나 모든 유사학문의 역사로 보건데, 절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와 백신의 대결처럼요.
  • 야스페르츠 2010/04/19 12:06 #

    결국 영원히 끝나지 않을 blood war...
  • 어릿광대 2010/04/19 07:08 # 답글

    만들어진 한국사를 읽고 있는중인데 난이도가 쎄긴 쎄더라고요;;;;
    뭐 언젠가는 감상문 올리겠지만요(...)
  • 야스페르츠 2010/04/19 12:06 #

    감상 기대하겠습니다. ^^
  • 크핫군 2010/04/19 13:00 # 삭제 답글

    레알 우신예찬;;;
  • 파랑나리 2010/11/15 22:06 # 답글

    초록불님을 비롯한 강호제현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왜 야스페르츠님이 사이비역사학자를 미워하는지깨우쳤습니다. 저것들이 친일파의 후예이고(친일파가 대한민국을 장악한 현실의 수혜자), 동북공정을 야기한 책임이 있고 저들의 사상이 일본우익의 사상임을 안 순간 이제 더 이상 저들의 말은 제 귀를 어지럽힐 수 없습니다.

    추신 : 이런 그 동안 이덕일 책 읽은 거 정신공해였네. 이덕일 책 사느라 날린 내 돈은 어찌할꼬?
  • 야스페르츠 2010/11/15 22:22 #

    분서인증.... 은 공기에 안좋으니까 그냥 저 주세염. ㅋㅋㅋ
  • 파랑나리 2010/11/16 22:00 #

    정말로요? 주소를 알려줄 수 있습니까? 하지만 공짜는 안되죠? 제가 이걸로 돈을 날린 게 한두푼이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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