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8 13:48

극단적인 환까도 문제는 있구나 雜想

위키백과에서 일어난 환란(?)


며칠 전, 위키백과에 한 사람이 등장했다. 속칭 환까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각종 역사 관련 내용들 - 주로 고대사 - 에서 유사역사학에 대해 언급된 것을 모두 삭제해 버리는 폭거를 단행한다. 위키백과는 유사역사학적인 내용이라도 출처가 분명하다면 언급해 주어야 하며, 차라리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않으면 모를까 언급된 내용을 이유 없이 삭제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물론, 유사역사학에 대한 학계의 대처, 혹은 소수설이라는 사실을 병기함으로써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모조리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 완전히 삭제해 버린 것이다..........

솔직히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나도 그래버리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반대다. 오히려 그런 내용을 남겨둠으로써 유사역사학이 제기하는 의문들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예 언급이 없다면, 필시 유사역사학에 경도된 이들은 "역시 식민빠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언급이 있고, 합리적인 반박이 함께 한다면 구우일모라도 구원(?)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튼, 그의 편집은 대부분 복구되었고, 몇몇 사람들이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나도 남겼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아침, 환란이 시작되었다.


그분께서 내 메시지를 지우고, 대신 "환빠가 흥분하네 다시 삭제한다."라는 내용으로 바꿔 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냥, 그분께서 디씨스러운 말을 남긴 것이면 그냥 무시하면 될 일이었는데, 저 내용을 내가 쓴 말인 것처럼 해 놓은 것이다. 즉, 내가 이 사용자에게 욕을 한 것처럼 되어 버린 것.

위키백과처럼 편집한 이력이 모조리 기록으로 남는 시스템에서 저런 짓은 그냥 자살행위일 뿐. 게다가 그분은 이를 지적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다른 사용자, 심지어 관리자의 말에도 디씨스러운 비아냥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토론의 대상이 되는 내용을 계속 삭제하는 우행을 하고 만다. 어차피 삭제해봤자 모두 기록으로 남는데 말이다.


뭐랄까. 마치 자신은 정의의 사도인양,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을 마치 권력 주구들의 탄압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권력의 남용이라 말할 정도였으니. 게다가 자신의 행동에 불만이 있으면 법적 대응을 하라는 말, 또한 이 탄압(?)에 대해서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말까지... 피해망상인가??? ㅡㅡ;;

본인의 말에 따르면 사학계 출신(?)에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자부하는데,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인격은 부족한 듯 싶다. 학문적 소양과 인격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증거의 하나로 삼아도 될 듯.
내 인격도 내 지식과는 별로 비례하지 않으니까. 훗
여하튼, 덕분에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참 더러워졌다.


하긴, 생각해보면 나도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을 대할 때마다 비슷하게 행동했던 것 같기는 하다. 비아냥을 입에 달고 살았지.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다만 예전에는 경멸과 혐오의 감정이 강했다면, 지금은 측은지심이 더 강하다는 차이가 있달까.

이번 일이 나의 삶에서 타산지석이 되기를.

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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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02/08 14: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0/02/08 16:08 #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제 행동을 뒤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
  • leopord 2010/02/08 14:53 # 답글

    환까라는 게 반드시 자신의 합리성을 지지해주지는 않는다는 거... 이건 꼭 역사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0/02/08 16:09 #

    단편적으로 보자면 행위 자체는 지극히 합리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여러가지 시각과 규칙이 있는 법이니까요. ㅡㅡ;;
  • 몰아저씨 2010/02/08 15:29 # 삭제 답글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군요.
  • 야스페르츠 2010/02/08 16:10 #

    그렇습니다. 저도 이분처럼 한쪽 극단에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천하귀남 2010/02/08 16:04 # 답글

    까라는 부류중에는 무조건적으로 남을 공격하려는 인물이 많으니 빠가 '까를 만든다'라고 넘어가는것도 위험하긴 합니다.
    제가 아는 소설에 이런 말이 있었지요. '높은곳의 호산나!'와 '목 매달아라!'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요.
    빠건 까건 증오를 담아 하는 말은 이미 학문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봅니다.
  • 야스페르츠 2010/02/08 16:10 #

    저도 부끄럽네요. ^^;;
  • 말코비치 2010/02/08 16:40 # 답글

    요새도 위백에서의 키배는 여전한가 보군요^^.. 위키백과는 현실을 반영하는 곳이죠. 유사역사학, 의사과학, 기독교 창조론이 과학적 사실과 배치되는 헛소리임은 자명하지만, 그것 자체가 없는 것처럼 다룰 이유는없습니다. 그것이 기존 백과사전에 비해 위키백과가 가지는 큰 장점이고요. 오히려 현실에 존재하는 비과학적 주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순간, 그것의 비합리성은 쉽게 노출됩니다. 예를 들어 '쥬신'의 출처가 어떤 만화책이라는 식으로 밝히는 등 말이죠.
  • 야스페르츠 2010/02/08 17:17 #

    아, 이번에는 진짜 키배를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저쪽에서 너무 극단적으로 나오는지라 어쩔 수가 없었네요. ^^
  • hyjoon 2010/02/08 16:42 # 답글

    빠건 까건 둘 다 편견이 내제되어있다는 함정이 있죠. 물론 유사역사학의 논리는 들을 가치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논리를 배제하고 저렇게 그냥 믿어라고 하면 그치들과 다를바 하나도 없죠.
  • 야스페르츠 2010/02/08 17:18 #

    맞습니다. 저도 환까로서의 저의 행동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Allenait 2010/02/08 17:01 # 답글

    ..진짜 극과 극은 통하는군요
  • 야스페르츠 2010/02/08 17:18 #

    근데 왜 남녀는 통하지 않을까요 (응?)
  • 진성당거사 2010/02/08 17:14 # 답글

    저런 일이 있을까봐 위키를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겠더군요. 지금 내용을 확인해보니 이거 좀 황당합니다,
  • 야스페르츠 2010/02/08 17:18 #

    ㅎㅎ 그래도 하다 보면 재미있습니다. 시간 때우기에는 쵝오죠.
  • 지나가다 2010/02/08 17:16 # 삭제 답글

    위키 따위 왜 하남?
  • 야스페르츠 2010/02/08 17:19 #

    시간 때우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 탁발승 2010/02/08 17:40 # 삭제 답글

    이게 멍청한 자폭일수 밖에 없는게 이 사건이 유사역사학 진영에 알려저버리면 그쪽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위키에 대대적인 침투를 하는 빌미를 마련할수 있는데 말이죠.-_- 차라리 자기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바꾸어놓으면 될것을 가지고 반달을 하는걸보니 그닥 제정신인 역사학도도 아닌듯. 근데 위키에 유사역사학틱한 내용이 꽤 있나 봅니다?
  • 야스페르츠 2010/02/08 23:42 #

    의외로 많습니다. 잘못된 내용일지라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보니...
  • 아나뷁 2010/02/08 19:23 # 답글

    사실은 고도의 환빠가 날뛴 거라든지...
  • 야스페르츠 2010/02/08 23:42 #

    반전이로군요. ㅡㅡ;;
  • 消爪耗牙 2010/02/08 20:09 # 답글

    나는야 도덕성 0점찍은 막장잉여니까 소굴에 숨어서 개드립이나 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은 말하는 내용의 사실성보다는 말하는 태도와 말하는 사람의 도덕성을 신뢰의 바탕으로 삼으니.
  • 야스페르츠 2010/02/08 23:43 #

    저도 잉여스러운 짓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만, 저분의 문제는 선의로 무장하고 악의나 경멸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이빨을 보인 점이겠지요.
  • paro1923 2010/02/08 22:41 # 삭제 답글

    이건 뭐 자살폭탄테러도 아니고...;;;;
  • 야스페르츠 2010/02/08 23:43 #

    자살이랄 정도까지야...
  • 海凡申九™ 2010/02/09 00:19 # 답글

    고도의 환빠겠네
  • 야스페르츠 2010/02/09 09:24 #

    반전일까요.... ㅡㅡ;;
  • 굽시니스트 2010/02/09 10:21 # 답글

    원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극단적인 자기 확신이 광신이 되어 사리판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지 싶습니다.
    그런 삿됨이 불러일으킨 바람에 적잖게 골치를 썩이셨으니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 야스페르츠 2010/02/09 14:03 #

    고생이랄게 뭐 있겠습니까. 오히려 저도 그렇게 하지 않았나 되돌아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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