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1 12:00

더 로드, 희망을 찾아 떠나는 길 雜想


지난 일요일, 친구와 함께 더 로드를 보고 왔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한 후부터 꼭 보고싶어 하던 영화였다. 평소 같았으면 집 앞에서 조조로 혼자 보고 왔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집 앞에 있는 CGV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더군. 결국, 친구와 딜을 거쳐 지난 일요일 밤에 종로 서울극장을 찾았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세계가 멸망하고 난 뒤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한 회색으로 가득 차 있다.

같은 멸망 이후를 다루는 작품이라도 미래소년 코난이나 북두신권 같은 작품은 아직 푸르름을 잃지 않았거나, 혹은 인간의 사회가 암울하게나마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는 다르다. 인간은 사실상 멸망이나 마찬가지.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조차 완전히 분해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완전한 암흑. 인간 뿐 아니라 자연까지도 완전히 멸망한 모습이다. 보통 황량한 폐허를 보여주는 영화에서는 하늘을 나는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좋은 소품으로 사용되지만, 이 영화는 까마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런 배경.

아이는 멸망 이후 혹은 직후에 태어났고, 극중 아이의 나이로 보건대 멸망이 찾아온지 적어도 10년은 지난 것 같다. 아버지와 아이는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남쪽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긴다. 두 사람이 남쪽으로 희망을 찾아 걷는 여정이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아버지와 아이는 가슴 속에 불씨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절망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점점 절망 속으로 빠져들어 가지만, 아이는 불씨를 틔워 세상에 온정을 전하려 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살아있는 생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 자연의 위대함이여. 큭큭


평소 영화를 보면서 슬픈 장면에서는 잘 우는 편인데, 이 영화는 슬프고 끔찍한 이야기를 너무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서 그런지 눈물이 말라 버렸다. 우는 것 조차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하는 길에, 눈에 덮인 도로, 잔뜩 흐린 회색 하늘을 보니 왠지 눈물이 나왔다.


더 로드, 원작이 읽고 싶어 졌다. 오늘 배송이 오기로 했으니 읽어봐야 겠다.


ps. 친구와의 딜은 다음과 같다. 이번에 나랑 영화를 봐 주면, 내가 다음에 너랑 영화를 봐 주겠다.

ps2. 다음에 친구랑 보기로 한 영화는..................... 원피스 극장판. ㅋㅋㅋ

덧글

  • 소시민 2010/01/11 12:44 # 답글

    저도 지난 주말에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기대해서 그런지 실망스럽더군요. 기승전결이 없는

    단조로운 진행이며 공감가지 않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 야스페르츠 2010/01/11 17:46 #

    결말이 좀 억지스러운 감은 있었지요. 그래도 단조로운 진행이 이 영화의 단점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
  • SuperDuper 2010/01/11 12:54 # 답글

    원작인 소설은 황폐한 땅과 가는 여정을 굉장히 자세하게 묘사해 놔서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의 재미를 줍니다.
  • 야스페르츠 2010/01/11 17:54 #

    책도 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 Allenait 2010/01/11 13:08 # 답글

    한번 보고싶군요
  • 야스페르츠 2010/01/11 17:54 #

    절대.... 애인과는 보지 마세요. ㅋㅋㅋ
  • 른밸 2010/01/11 14:45 # 답글

    비고 모텐슨 주연이니 당연히 봐야죠!! ㅎㅎ 여친님은 새벽알바하니 홀로 고요히 가서 조조를 볼 계획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0/01/11 17:55 #

    애인하고 보면 큰일날 영화입니다. ㅋㅋㅋ 혼자 보세요.
  • 스트롱월드 2010/01/11 21:52 # 삭제 답글

    원피스 재밌을듯.. 원작도 꼭 보세요ㅎㅎ
  • 야스페르츠 2010/01/12 19:20 #

    싫어. 유치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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