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5 03:31

오호망양(五胡望洋) 16 - 환영의 왕국 역사

때는 383년, 부견이 한창 비수에서 삽질을 하고 있을 때이다. 농서(隴西)의 선비족 걸복부(乞伏部) 부락은 긴장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부락에서 모인 사람들을 앞에 두고 걸복국인(乞伏國仁)이 입을 열었다.

 

"부씨는 백성을  피폐하게 하고 병사를 멋대로 부려서 아마도 곧 망할 것이니 나는 마땅히 여러분과 함께 한 지방에서의 대업을 세울 것이다."

 

부견의 몰락을 알리는 서곡, 걸복국인의 난이 시작되었다.

 

 

 

걸복국인이 일으킨 난은 엄밀하게 말해서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보다 앞서 일어난 걸복보퇴(걸복국인의 숙부)의 난에도 부견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조카인 걸복국인을 진압군으로 보낼 정도였으니, 걸복국인이 합세해서도 사실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다. 단지 부견의 몰락에 있어서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이었다는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할까?

 

걸복국인의 난이 얼마나 무시를 당했는가 하면, 383년에 가장 먼저 거병을 했으면서도 자그마치 2년 동안 기록 한 줄 없다. 물론 그의 거병지가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던 관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기록 한 줄 없을 수 있나... 심지어 걸복부를 주인공으로 한 <진서> 재기에도 거병한 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 기록이 몇 줄 안된다. 서연에 이어 잉여 하나 추가다.

 

아무튼 걸복국인은 반란을 일으킨지 2년 만인 385년 가을, 드디어 나라(?)를 세운다. 그나마도 차마 칭왕도 못하고 대도독·대장군·대선우·영진하이주목을 자칭하는데 그친다. 엄밀하게 말해서 나라를 세운 것도 아니긴 하다. 그냥 관작을 칭한 것이 전부다.

 

어쨌든 단순한 반란 세력에서 무엇인가 짜임새를 갖추긴 한 것 같으니 어떤 모양새인지 살펴보자. 일단 걸복건귀의 자칭 직함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은 대선우. 도독이나 장군은 국가의 주인이라 보기에는 좀 모호하다. 좌상, 우상, 좌보, 우보, 상장군 같은 관직도 설치한다. 그리고, 무려 12개의 군을 설치한다. 참고로 12개 군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하단의 중국 전도를 통해 보자면, 엄청난 넓이다. 거의 관중 전체에 필적할만한......

2년 동안 사료에 한 줄도 기록을 남기지 못한 걸복부가 저 엄청난 넓이를 차지하고 있을리가 없다. 12개나 되는 군을 설치하긴 했지만, 실제 걸복국인이 다스리는 영역은 고작해야 용사성을 중심으로 한 극히 일부 지역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 좁디좁은 지역에서도 선비, 강, 흉노 등이 잡다하게 얽혀서 독립적인 부락을 구성하고 있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나라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거창하게 연호까지 바꿔가면서 나라(?)를 세우고 12개나 되는 가짜 군까지 설치해가면서 시작한 걸복부 정권은 주변의 코딱지만한 선비족, 강족, 흉노족 부락들과 아웅다웅 다투면서 점차 성장(?)해 나간다. 그야말로 아웅다웅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다툼이었다. 그래도 그 근방의 종족들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것 같다.

387년, 부등이 진주(秦州) 지역에서 반 후진 포위망을 구성할 때, 걸복국인의 세력도 포위망에 가담(?)했다. 아니, 부등이 있는 힘 없는 힘을 모조리 긁어 모으면서 반란 세력이었던 걸복국인까지도 어떻게든 끌어들였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어쨌든 부등 덕분에 걸복국인은 최초로 왕호(王號)를 가지게 된다. 첫 책봉명은 원천왕(苑川王).

부등이 억지로 긁어모은 이들 세력은 당연하다는 듯이 서로 견제하고 싸우기 바빴다. 부등은 이들을 배후로 해서 후진과 처절하게 싸워댔지만, 정작 부등을 백업해야 할 동맹 세력들은 서로 싸우기 바빠 부등의 복수전은 뒷전이었다. 걸복국인 역시 주변의 여러 부락들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역시나 아웅다웅.........


388년이 되면, 걸복국인이 죽고 그 동생인 걸복건귀(乞伏乾歸)가 뒤를 잇는다. 걸복건귀는 하남왕(河南王)을 자칭했는데, 부등은 다시 금성왕(金城王)에 책봉한다. 걸복건귀가 금성(金城)으로 수도(?)를 옮겼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열심히 주변 세력들과 아웅다웅하면서 살아가던 걸복부 정권(?)은 394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역사에 이름을 남길 사건을 일으킨다.


394년, 후진의 요흥에게 패배한 부등이 마모산에서 걸복건귀에게 원군을 청했던 사정은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걸복부 정권의 안습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부등이 아들을 인질로 보내고, 동생을 걸복건귀의 부인으로 바치면서까지 저자세로 나섰던 것은 참 눈물겹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어쨌든 그 몸부림도 소용없이 원군이 도착하기도 전에 부등은 목숨을 잃는다.

걸복건귀가 보낸 원군은 미련없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걸복건귀의 세력권과 바로 인접해서 부숭이 황제에 즉위하고 전진을 부활(?)시키자 걸복건귀는 딴마음을 품기 시작한다. 사실상 부숭의 세력은 보잘것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어선 것이니 걸복건귀에게도 한입거리다. 결국 걸복건귀는 부숭을 공격해서 쫓아내고 그 땅을 차지한다.

걸복건귀에게 쫒겨난 부숭은 구지의 양정에게 도망쳐간다. 그리고 양정과 힘을 합쳐서 걸복건귀를 향해 군대를 발동한다. 그런데, 양측 군대가 맞붙어서 싸운 곳은 평천(平川), 엉뚱하게도 부등과 양정의 세력권인 상규(上珪 : 천수)의 바로 인근이다. 사료에는 부숭과 양정이 걸복건귀를 친 것으로 나타나지만, 전투의 경과나 전투가 벌어진 장소로 보건대 걸복건귀가 쳐들어온 것이 먼저인 것으로 보인다. 고작해야 황하와 농서 사이에서 할거하던 걸복부가 진주의 중심인 상규까지 쳐들어간 것이다!


상규로 쳐들어간 군대는 걸복익주, 걸복가탄, 월질힐귀가 이끄는 3개 군단이었다. 양정과 부숭은 평천에서 걸복익주의 군대를 물리치는데 성공했는데, 이 패배에 놀란 걸복가탄과 월질힐귀도 군사를 물릴 생각을 한다. 그러자 걸복가탄의 부하 적온이 분노하여 칼까지 휘두르면서 퇴각을 반대하였다. 반대하는 말이 참 가관이다.

"지금 진주(秦州)의 군사가 비록 패하였으나, 두 개의 군단이 아직 온전한데 어찌하여 풍문을 바라보고 물러나 좌절하며, 장차 어떤 얼굴로 주상을 만나 뵐 것입니까? 이 적온이 비록 맡은 책임은 없지만, 단독으로라도 편리한대로 장군의 목을 벨 수 없을 것 같습니까?"
今秦州雖敗,二軍尚全,奈何望風退衄,將何面以見主上乎?瑥雖無任,獨不能以便宜斬將軍乎?


..... 부하라는 놈이 하는 말 치고는 과격하다. 어쨌든 부하의 선동에 따라 걸복가탄은 양정과 다시 맞서 싸웠고, 걸복익주와 월질힐귀도 군사를 추스려 뒤쫓아 왔다. 당연히 양정의 패배.

결국 양정과 부숭은 이 전투를 끝으로 세상을 하직한다. 전진 정권의 진정한 멸망이다.


한가지 안습한 점은, 걸복건귀가 진주의 중심지까지 손을 뻗기는 했지만 결국 진주를 집어 삼키는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상규 지역은 권력의 공백을 틈타 반란 세력이 점거했고, 걸복건귀는 이 반란 세력을 공격하다가 패배하여 결국 농서 일대를 평정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죽쒀서 개 준 꼴.

어쨌든 전진 정권을 멸망시키고 화려하게(?) 메이져로 데뷔한 걸복건귀는 394년 말, 진왕(秦王)을 자칭한다. 오호십육국의 하나, 서진(西秦)의 등장이다.



================ 절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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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llenait 2009/10/25 03:50 # 답글

    미..미지와의 조우!!!
  • 야스페르츠 2009/10/25 22:58 #

    새로운 미지와 조우하시겠습니까?
  • 들꽃향기 2009/10/25 08:54 # 답글

    오오...잉여의 역습!
  • 야스페르츠 2009/10/25 22:58 #

    그러나 잉여는 어쩔 수 없는 잉여임돠.
  • 耿君 2009/10/25 11:56 # 답글

    그냥 광고 따로 분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ㄷㄷ
  • 야스페르츠 2009/10/25 22:59 #

    ㅎㅎㅎ 역밸에서 내려갈까봐 꼽사리로... ㅎㅎ
  • 현암 2009/10/25 15:35 # 답글

    랄까 청주권 판매 합니까??
  • 현암 2009/10/25 21:24 # 답글

    가능하다면 2권 부탁드립니다
  • 야스페르츠 2009/10/25 22:59 #

    청주권이라 함은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리고 2권을 모두 구입하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 현암 2009/10/25 23:19 #

    2권을 구입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청주에 배송 가능하십니까?
  • 야스페르츠 2009/10/25 23:23 #

    등기로 보내게 되면 청주라도 관계 없어요. 그리고 2권이라는 건 두 권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이 권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쿡말 참 어려워요. ^^
  • 현암 2009/10/26 02:06 #

    물론 두권이지요 쿨럭....;;
  • 야스페르츠 2009/10/26 09:18 #

    넵. ^^ 그럼 3500×2 + 2500 = 9,500원이네요. 500원 디스카운트해서 9,000원에 보내드릴께요. 주소하고 연락처 비밀글로 알려주시면 계좌 알려드릴께요. ^^
  • 2009/10/27 00: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10/28 00: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야스페르츠 2009/10/28 10:18 #

    확인했습니다. 목요일에 배송보낼께요. 금요일 쯤에 도착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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