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황후 묘지명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
트랙백 한 저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인류 역사상 황제를 "자칭"한 대중소 국가들은 수두룩했다. 그런 그들을 모두 황제라고 불러주는 것도 우습지만, 그런 것을 가지고 자랑스러워한다 하는 것도 사실은 열등감의 소치.
그런데, 사실 중국의 역사서를 읽다보면 저것과 똑 같은 열등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유교적 위계 의식이 팽배했던 시대에 쓰여진 역사서는 읽으면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놀라운 열등감을 보여준다.
최근 연재 때문에 미친듯이 독파하고 있는 <자치통감>을 펼쳐보자..........
아무래도 중국의 정통 황제가 아닌 여러 황제가 난립했던 시대를 살펴본다면, 해당하는 장면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오호십육국시대는 여기에 딱 어울리는 시대. ^^;;;;;
오호십육국시대의 <자치통감>을 읽어보면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황제는 당시의 정통을 자처하던 남쪽의 동진 정권 뿐이다. 고로 단순히 "帝"로 호칭되거나 "我"로 호칭되거나, 심지어는 주어가 없이 이어지는 말은 모조리 다 동진 정권, 동진 황제를 주체로 삼는 사건들이다.
뭐, 사실 여기까지는 딱히 열등감이라 말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박은 동진을 제외한 다른 국가를 표현하는데 있다.
예를 들어보자.
저족의 부건은 초창기에 진을 건국하고 천왕(天王)을 자칭했다. 이때 부건의 호칭은 진왕(秦王) 부건, 혹은 진왕 건이다. 그런데 부건이 황제를 칭하는 순간 호칭은 이렇게 바뀐다.
진주(秦主) 부건.
........ 같은 나라, 같은 사람이라도 "왕"을 칭할 때는 순순히 왕으로 불러주다가, "황제"를 칭하면 순식간에 "主"로 강등(?)되는 거다.
물론 황제를 칭하다가 다시 왕을 칭하면 또 진왕이 된다.....
그래서 부견은 황제가 아닌 천왕을 칭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진왕으로 호칭된다. 그리고 부견이 죽고 부비가 황제에 즉위하자 다시 진주로 강등....
................
오호십육국시대야 워낙에 이민족이 설치던 시대니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같은 한족이 나뉘어 있던 시대에는???
우리의 귀 큰 영웅 유비.
한중왕 시절에는 멀쩡하게 한중왕이라 불러주는데, 황제로 즉위하자 한주(漢主)....
물론 이런 행태는 중국 사서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서에서도 이런 "열등감"은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방금 조선왕조실록에서 "후금(後金)"으로 검색해서 찾아낸 알흠다운 구절.
〈전교하기를,
“진주문(陳奏文) 중에 후금 칸(後金汗)의 인보(印寶)를 후금 황제라고 진주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비변사로 하여금 전교에 따라 〈자세히 살펴 아뢰게 하라.〉”
하니, 회계하기를,
“노추 서신 가운데 인보 글씨는 전자(篆字)를 아는 신여도(申汝櫂) 및 몽학 통사(蒙學通事)에게 풀어보라고 하였더니, 전자 모양의 번자(番字)는 모두가 후금천명황제(後金天命皇帝)라는 일곱 글자였다고 하므로 진주문 중에 이 뜻을 갖추어 써넣으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성상의 하교를 받고 다시 생각해 보니, 굳이 이처럼 번역하여 풀 것이 아니라 범연하게 알아볼 수 없다는 뜻으로 삭제하고 고치는 것이 합당할 것 같기에 감히 아룁니다.”
하니, 윤허한다고 전교하였다.
발번역 :
"오랑캐 놈들 도장에 황제라고 써 있는데 이거 괜찮을까?"
"아놔, 그거 못알아보겠다고 개드립칠께염."
그분들의 알흠다운 역사소설 <환단고기>에서도 이런 열등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부여 시조 단군 해모수 계미 22년 창해역사 여홍성이 한나라 사람 장량과 함께 진왕 정을 박랑사 가운데서 저격하였으나 빗나가 부차를 박살냈다.
북부여 4세 단군 고우루 계유 13년, 한의 유철이 평나를 노략질하여.....
아놔.... 그냥 남의 나라 호칭 좀 똑바로 써주면 어디 덧나냐....
남의 나라에서 황제라고 쇼를 하건 말건, 그것 하나 대인배스럽게 인정해주지 못하는 것도 열등감이 아닐까 생각하며 뻘 포스팅을 마친다.




덧글
저처럼 학술용어·공식호칭 무시하고 무조건 비칭(卑稱)으로 부르는 것이 제일 공평합니다. (응?)
마지막 문장에 동의합니다.
영국 총리=독일 총리=캐나다 총리(..)<대한민국 대통령<태국 왕=영국 왕=일왕("천황"이 아니더라도 우리 대통령보다 격이 높은 셈;;)
...즈음 되겠군요. 이건 뭐...
북위의 경우는.... 야만스러운 오랑캐 정권이라서 그렇게 표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농담)
외교문서에 써보지 못했습니다. 조선에서 그렇게 격을 맞추라 난리 쳐댔지만 말입니다. 왕에대한 칭호가 천황에대한 참칭이 되기 떄문이라는 이유였으니....
몽골 칸과 티벳 라마등 복속한 나라의 최고직위를 모두 이어받는 것같은) 그것이 대영제국호칭을 뒷받침한다는 견해도 있긴 하더군요.
하지만 왕국. 빅토리아 여왕때 인도 황제를 겸하면서 황제의 감투를 쓰기는 합니다.
유럽의 황제는 로마제국을 이어받았다는 표시가 나야 하거든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러시아 황제, 나폴레옹의 프랑스 황제, 독일제국의 황제, 나름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거든요. - 우기기 비슷한거라도 말이죠.
그런데 영국은... 우길 건덕지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