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8 13:35

족보에 대한 잡상 (4) 雜想

(5) 갑 : 저놈이 내 아들이라우..... 근데 저놈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 이게 뭔 개족보람.

조상님께서 한쿡인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한번은 조상 중에 위인을 묻는 지식인 질문을 보고 그 집안 내력을 간단하게 살펴본 일이 있다. 학교에서 집안의 위인을 조사해오라는 숙제라도 낸 모양이다. "OOO 이사람 우리 집안 위인 맞나요?"라는 질문. 일단 성씨가 같으니 위인일 것이라고 답변해 주고 싶은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첫째, OOO, 이 사람... 원래 성이 없던 평민이다. 중국에 밀항해 갔다가 중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를 그냥 성으로 삼은... 한마디로 자수성가한 스타일...... 당연히 XX O씨에 속할 수 없는 사람이다. 차라리 O씨의 조상이라면 모를까... (이 정도면 누군지 알아챌 수도 있겠군)

둘째, XX O씨.... 문중 홈페이지에서는 OOO를 가문의 위인 가운데 하나로 올려 놓고 있는데..... 이 가문 시조는 OOO보다 훨씬 늦게 태어났다......................

뭐지??? 그야말로 아버지보다 아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야기잖아.

.........................


이런 기이한 예는 종종 발견된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알천랑"은 진주 X씨인가? 경주 O씨인가?

초록불 님께서 이에 대한 답변(?)을 포스팅한 적도 있지만, 사실 초록불 님도 민감한 문제는 슬쩍 넘어간 것 같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자면, 알천을 진주 X씨의 조상으로 "보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알천을 "X씨"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천이 생존했을 당시 알천은 명백한 경주 O씨였으니까. 조금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당시에는 X씨나 O씨나 전혀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당대 사료에서부터 이미 같은 인물을 X씨와 O씨로 달리부르는 것이 발견되고 있으니까.

근데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진주 X씨 족보에 따르면 알천은 경주 O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ㅡㅡ;; 그러나 <삼국사기>를 비롯하여 역사적인 맥락으로 볼 때, 알천은 경주 O씨가 분명하다. 족보가 거짓말을 하는 거냐? 아니면 역사서들이 거짓말을 하는 거냐?

...............


예를 들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족보에서 모순되는 점이 발견되는 것은 정말 셀 수도 없고, 그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참 가상하다. 가끔은 눈과 귀를 가리고 "나의 조상님은 그렇지 않아!"를 외치는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대체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게 그분들 눈에만 합리적이라서 문제...... ㅡㅡ;;



아무튼, 중국에까지 올려다 붙이는 시조나 시조 이상의 조상도 문제지만, 그 중간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김해 김씨나 경주 김씨의 경우, 시조는 김수로왕이나 김알지까지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성씨의 직접적인 조상으로부터 파생되게 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다. 김해 김씨는 김유신을 중시조로 하며, 경주 김씨도 대체로 경순왕이 중시조이다. (직접적인 부자 관계로 이어지는 혈통을 살펴보자면, 무열왕이나 문무왕은 경주 김씨의 "조상"이 아니다.)

그런데,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김수로왕부터 김유신, 김알지로부터 경순왕까지 얼마나 많은 김씨들이 있었을까? 그 많은 김씨들이 모조리 다 사라지고, 김유신과 경순왕으로부터 "새로 시작"하는 족보라니... 뭔가 부자연스럽지 않나??

물론, 여기에는 만능의 답변이 있다.

"사료가 소실되어서 알 수 없다."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의 대답이라 하겠다. 그러나 말은 바로하자. 저 답변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치워버리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답변은 따로 있다.

"환부역조한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덧글

  • 초록불 2009/10/08 13:45 # 답글

    오오, 이런 포스팅을 보면 역시 야무챠!
  • 야스페르츠 2009/10/08 18:10 #

    낭야풍풍권!!!!!!!!
  • 빼뽀네 2009/10/08 13:46 # 답글

    저는 뭐 원 시조는 중국에서 도래하신 분이고, 중시조는 뭐 알만한 분이지만.
    저희 집이야 뭐 워낙에 방계니까요. 족보에 신경끄고 살았지요.
    매번 큰아버지께서는 저를 보시면 꼭 족보를 들춰보이시곤 하지만. ^^;;
    그런데 족보도 훌륭한 탐구 대상이 되는군요. ^^
    능력이 된다면 저희 족보도 좀 따져봐야겠네요.
    이번에도 잘 보고 갑니다~!
  • 야스페르츠 2009/10/08 18:10 #

    사실 저도 아직 저희 족보를 다 파고들지는 못했습니다. ㅡㅡ;;
  • Allenait 2009/10/08 13:59 # 답글

    그 때에는 족보라는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라고 볼수도 있을것 같군요
  • 야스페르츠 2009/10/08 18:11 #

    이건 스포일러입니다만.... 족보가 중요치 않았다기보다는 족보가 변변찮으니까 유명인을 조상으로 가져다 붙인 거죠....
  • 들꽃향기 2009/10/08 16:05 # 답글

    오오 환부역조!
  • 야스페르츠 2009/10/08 18:12 #

    뜻은..........

    "환인은 아버지시며 또한 할아버지다" 桓父亦祖라능..... (도주)
  • 슈타인호프 2009/10/08 17:18 # 답글

    저희 집안은 고려조에 교과서(단 역사가 아닌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어르신을 시조로 출발...했지요. 그런데 조부님이나 종증조부님 같은 집안 어르신들이 주장하는 집안의 시조로 그 어르신이 거론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말입니다.
  • 야스페르츠 2009/10/08 18:14 #

    고려조에 문학 교과서에 나오실만한 분이라면 李相國님??? 근데 족보랑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조상이랑 다른 겁니까... 흠좀무
  • 슈타인호프 2009/10/08 18:44 #

    단순히, 그분들이 족보를 들여다본 게 아니라 그냥 웃전에서 전해들으신 겁니다.

    제가 어릴 적 할아버님은 무려 모 장군이 우리 조상이라고 주장하셨는데, 그분은 본관이 다르다고 제가 항변했더니 "어차피 우리 집안이 거기서 갈라져 나온 거"니까 집안이라고 하시더군요. 고려때 갈라져 나왔는데 조선시대 인물이 우리 집안이라면 그건 좀...-_-;;

    게다가, 그나마 종증조부님이 주장하는 조상님과 조부님이 주장하시는 조상님도 서로 달랐습니다. 제가 신빙성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없죠. 몇 년 전에 족보를 새로 찍기는 했는데 한번도 들여다보지를 않아서 거기에는 뭐라고 적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설마 그것까지 인명사전과 다르지는 않겠죠.
  • 을파소 2009/10/08 18:03 # 답글

    전에 우리집안 시조얘기를 했습니다만, 문중에 그 문제에 이의를 제기한 사학자가 있습니다. 물론 문중에서는 별로 안 좋아하죠. 작고하셨지만 꽤 유명한 사학자, 그것도 매식자로도 유명한 사람이니까 지난번 말씀드린 시조의 성을 생각하면 누군지 유추하실 수 잇을 겁니다.
  • 야스페르츠 2009/10/08 18:15 #

    매식자로 유명하신 그분이라면... 식민사학의 거두 신XX 선생님이십니까??? 흠... 역시 매식강단의 말예... (응?)
  • 을파소 2009/10/08 21:53 #

    X석X라고 차마 말씀드릴 수가...(퍽)
  • rumic71 2009/10/08 18:14 # 답글

    한국에서 시조가 완벽하게 뚜렷한 성씨는 독일이씨 하나뿐...
  • 야스페르츠 2009/10/08 18:17 #

    소고기가 땡기게 만드시는 그분 말씀이시군요.
  • 亞羅彌秀泰鹵 2009/10/08 18:37 # 삭제 답글

    님하 영도 하씨 시조 하일선생 무시하나염?
  • 슈타인호프 2009/10/08 18:47 #

    달팽이와 친구먹는 그분~~:)
  • 야스페르츠 2009/10/09 09:45 #

    골키퍼 잘보는 아저씨랑 동물흉내 잘내는 아줌마도 계시다능.
  • matercide 2010/09/13 01:16 #

    영도 하씨의 먼 후손이 시조를 자랑하는 말

    "우리 시조께서는 한 뚝배기 하셨습니다."
  • 천부경믿어요천부경 2009/10/08 21:32 # 답글

    뭔가 족보얘기나오니 '한단인을 공격한다' 라는 알 수 없는 얘기가 계속 머릿속에 울리고 있...
  • 야스페르츠 2009/10/09 09:46 #

    ??????????? 천부경이나 믿고 구원받읍시다.
  • ㅇㅇ 2009/10/09 01:12 # 삭제 답글

    첫번째 예는 장보고 맞나요?
  • 야스페르츠 2009/10/09 09:46 #

    쉿! 비밀입니다.
  • 亞羅彌秀泰鹵 2009/10/10 08:47 # 삭제 답글

    쫑궈런 애들이 <야~ 한국성씨는 대부분 중국이 기원이래 한국인 절반넘게가 중국인 후손이구나 ㅋㅋ> 이런 얘길 하고 싶은가 보네요.

    http://zh.wikipedia.org/wiki/%E9%9F%93%E5%9C%8B%E5%A7%93%E6%B0%8F#.E6.9C.9D.E9.AE.AE.E5.8D.8A.E5.B3.B6.E5.B8.B8.E8.A6.8B.E5.8F.8A.E7.89.B9.E5.88.A5.E7.9A.84.E5.A7.93.E6.B0.8F
  • 야스페르츠 2009/10/12 11:07 #

    저런 걸로 좋아라 하는 그네들도 참 안타깝습니다.
  • 깐죽깐돌이 2009/10/10 15:43 # 답글

    저도 족보를 보니 경순왕의 넷째 아들의 둘째 아들의 6대 후손이신 분이 저희 시조시네요. 물론 그런 고려시대 이야기보다는 조선시대 칠정산 외편을 만드신 조상님이 훨씬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요.
  • 야스페르츠 2009/10/12 11:09 #

    저 역시, 시조나 중시조처럼 까마득한 분들보다는 실질적인 조상이 되시는 "파조"를 더 높게 쳐야 한다고 봅니다.
  • 아케르나르 2009/10/11 19:57 # 답글

    첫번째는 장삼이사...라는 사자성어에 나오는 성씨를 가지신 분 같고....

    두번째 얘기는 인터넷 뉴스로 봤는데...

    원래는 소씨가 쇠씨였고... 김씨의 한자도 쇠 금 자라... 예전에는 별 차이가 없었고... 그래서 선덕여왕에 나오는 그 분이 김씨이기도 하고 소씨이기도 하다더라.. 라고 하더군요.
  • 야스페르츠 2009/10/12 11:10 #

    O씨나 X씨나 당시에는 그게 그거였겠죠. 근데 X씨에서는 "우리 조상님은 그렇지 않아!" 주문을 시전 중이시고... ㅡㅡ;;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유사역사학 방지

얼마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