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8 23:10

저주를 부르는 북 - 자명고 감상 雜想

지난 목요일, 초록불 님의 소설 자명고가 배송되어 왔습니다. 퇴근하는 길에 절반, 출근하는 길에 나머지 절반을 읽어내려서 하루 반나절 만에 완독했습죠. 한줄 요약의 감상을 말하자면,

정말 숨막히게 재미있다. 근데 나는 비극이 더 좋다능.

자명고 전설과 호동왕자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최강의 비극을 예정한 내용이기에, 초록불 님이 미리 이야기하신 결말 - 해피엔딩 -을 알고 보는 입장에서는 약간 맥이 빠진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반전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파국으로 치닫는 재미(?)는 가슴을 졸이더군요.

호동왕자 이야기 모두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 이렇게나 풍부하고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었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동왕자의 이야기는 낙랑이 멸망하고 죽은 옥연을 품에 안은 호동에서 끝이 나는 것이지요. 저도 그것을 예상하고 읽었지만, 소설의 중반부에 막 접어들었을 무렵, 낙랑이 단숨에 멸망해 버리는 것은 초큼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찌감치 옥연이 죽고 절망에 빠진 호동이 파국을 향해 치닫는 이야기 구조가 정말 멋졌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말 이거 진짜 비극으로 끝나는 거 아냐??' 하는 걱정(?)까지 하게 만들 정도로 끝을 모르고 치닫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극한까지 치닫는 이야기 구조를 좋아합니다. 만화 베르세르크에서 그리피스가 고드핸드로 각성할 때처럼 완전히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이야기가 참 가슴졸이잖아요. (나 변탠가... ㅡㅡ;;)

일단 스포일러를 주의하며 한 번 접습니다.












워낙에 끝을 모르고 치닫는 이야기를 좋아하다보니, 이 작품에서 조금 더 극한으로 치닫게 할 수 있었던 장치를 너무 일찍 밝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초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아예 뒤로 확 빼서 서술했더라면, 구성 자체는 조금 불친절한 소설이 되겠지만 극적인 재미는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절망에 빠진 호동의 시점에서 완전히 비극처럼 이야기를 전개하고, 후반부에 반전처럼 예초의 시점으로 바뀌거나, 예초의 시점에서 다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3부의 이야기 구조처럼 말이죠.


아무튼,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재미는 숙세가보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다보니 러브스토리가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첫눈에 반하는 구성으로 간 점은 어떤 면에서 아쉽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막판에 예초의 이야기만 놓고 보자면, 호동과 옥연이 예초한테 낚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ㅡㅡ;


이거 처음에는 감상이라고 생각하면서 두들겼는데 어느새 비평을 하고 있네요. ㅡㅡ;; 내가 비평 같은 걸 할 깜냥도 아닌데. ㅋㅋ

아무튼 정말 정말 정말 X100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강추!!!


덧글

  • 2009/03/28 23: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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