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0 01:19

우연한 발견 - 桓因과 桓仁 유사역사학 비판

말 그대로 우연히 발견(?)한 사실이다.

언제나 우리에게 일용할 떡밥을 수없이 던져 주시는 <환단고기>를 살펴보던 차에 우연히 독특한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환단고기>는 昔有桓國 떡밥을 차용하고 있는 관계로 환인의 '인'자를 因이 아니라 仁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환인을 桓因으로 표기하게 되면 석유환국 떡밥 자체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환단고기>를 살펴보면, 桓仁과 桓因이 혼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표기의 혼용은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법칙(?)처럼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다. <삼성기> 상편과 <단군세기>에는 일관되게 桓因으로 표기되며, <삼성기> 하편과 <태백일사>에는 역시 일관되게 桓仁으로 표기하고 있다.

사실 환인을 桓仁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은 <환단고기>보다 <단기고사>가 먼저인 것 같다. 내가 찾은 <단기고사> 판본은 <환씨전(桓氏典)>을 인용하고 있는데 환인을 桓仁이라 쓰고 있다. (다른 판본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록불 님의 블로그를 참고한 결과, 환씨전의 '전'자가 傳으로 다르게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본이 다르거나, 아니면 아예 한문이 병기되지 않았을지도... ㅡㅡ;)

한편 <규원사화>는 桓仁이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환단고기>의 상당부분은 <규원사화>를 거의 문장 수준에서 그대로 베낀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둘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대충 거칠게나마 비교해 본 결과, 환인과 관련된 부분은 <규원사화>와 무관하게 서술된 것 같다.


그렇다면, <환단고기> 내부에서 桓仁과 桓因의 용례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

일단 눈에 띄는 것을 꼽아보자면,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삼성기>에서도 상·하에서 서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있겠다. 그러나 애초부터 <삼성기>의 상하편은 서로 다른 점이 너무 많아서 이런 용법을 두고 왈가왈부하기는 약간 애매한 부분이기는 하다.

<단군세기>는 환인을 일관되게 桓因으로 표기하고 있다. 환인이 직접 언급되는 부분은 총 3번으로, '단군세기 서'에서 1번, 6세 단군 때 지어진 '서효가(誓效訶)'에서 1번, 16세 단군 때 제사를 지낸 기록에서 1번 등장한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단군세기 속에 등장하는 환인은 <삼성기>와 달리 종교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환인을 하늘에서 내려온 신(神)으로 보고 있다. 16세 단군 때 언급되는 환인은 조상에 가까운 개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종교적인 색채가 짙으며, 단군세기 서와 6세 단군 조에서 언급되는 환인은 신의 개념이 분명하다.

여기서 나는 초록불님의 포스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립이 <환단고기>를 날조해 내는 과정에서 남긴 똥들을 탐구하신(응?) 초록불님은 이유립이 "하늘의 신인 환인"을 "역사적 인물인 환인"으로 고치기 위해 <태백일사>의 본문을 뜯어 고친 흔적을 발견하신 바 있다. 그런데, 나는 <삼성기> 하편과 <태백일사>의 해당 부분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초록불님의 고찰과 관련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성기> 하편

昔有桓國衆富且庶焉初桓仁居于天山得道長生擧身無病代天宣化使人無兵人皆作力自無飢寒

傳赫胥桓仁古是利桓仁朱于襄桓仁釋提任桓仁邱乙利桓仁至智爲利桓仁或曰檀仁

(중략)
傳七世歷三千三百一年或曰六萬三千一百八十二年未知孰是

<태백일사>

朝代記曰

昔有桓國衆富且庶焉初桓仁居于天山得道長生治身無病代天興化使人無兵人皆力作以勤自無飢寒也

傳赫胥桓仁古是利桓仁朱于襄桓仁釋提壬桓仁邱乙利桓仁至智爲利桓仁或曰檀因

傳七世歷三千三百一年或曰六萬三千一百八十二年
(줄의 구분은 임의로 이루어졌음)

<태백일사>의 해당 부분은 초록불님이 고찰하신 형태대로 고쳐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유립이 1976년에 공개한 <태백일사>의 해당 부분은 <삼성기>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초록불님의 지적대로 "하늘의 신"으로 해석해야 하는 환인이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이후의 부분들도 가관이다. <삼성기>는 환인을 신의 형태로 서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환인의 인명들이 고스란히 등장하며 환국의 12연방에 대한 설명 이후에 <태백일사>와 동일하게 역년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1976년에 공개된 부분을 통해서 볼 때, <태백일사>와 사실상 완전히 똑같은 내용(심지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임에도 불구하고 <삼성기>에는 전거 사서가 없고, <태백일사>에는 <조대기>를 인용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사실상 이정도로 문장이 똑같다는 것은 무엇을 보고 베꼈던지 간에 같은 것을 보고 쓴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딱 1글자가 다르다. 그리고 그 다른 글자는 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바로 단인(檀仁, 檀因)이다.

환인·환웅·단군의 3명은 단군을 환검으로 표기하거나, 환인과 환웅을 단인, 단웅으로 표기하는 용례가 흔히 사용된다. 그러다보니 이유립도 그 부분을 언급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엉뚱한 부분에서 이것을 서로 다르게 써 버린 것이다. 심지어, 檀因으로 잘못 쓴(?) <태백일사>는 환인의 仁이 仁인 이유까지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즉, <태백일사>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因으로 나타나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因이 등장한다.

<태백일사>는 <조대기>를 인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1976년에 공개한 글에서도 그렇고, <삼성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로 저 구절은 <조대기>와 눈꼽만큼도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다. 추측컨대, 1979년본 <태백일사>에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조대기>가 나타나고 수정된 부분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후에 수정된 것이 분명하며, 아마도 <태백일사>보다 <삼성기>가 먼저 완성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일부러 <삼성기>와 <태백일사>에 약간의 차이점을 둠으로써 "뭔가 있어보이려는 오류"를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가림토와 가림다, 환국의 역년이나 12연방의 유무 등을 보아도, 일부러 인용 서목 간의 차이점을 만들어서 그럴듯하게 보이려 한 노력은 분명한 것 같다. 또한, 정확하게 각 편별로 나누어서 桓仁과 桓因을 구분짓고 있는 점은, 역시나 고의적인 오류로 보인다.

단인의 인을 두 가지로 혼동해서 쓴 것도 어쩌면 같은 고의적인 오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단인의 오류는 고의적이라기 보다는 순수한 실수인 것 같다. 특히나 정확하게(?) 구획을 나눠서 桓仁과 桓因을 나누어 쓰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저 부분이 완벽한 실수일 가능성은 더 커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환단고기>에 등장하는 "昔有桓X" 형태의 구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M선생의 지론을 따르자면 昔有桓因이라는 표현은 절대 등장해서는 안된다. 역시나 <환단고기>에서 昔有桓國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부분은 환인의 명칭을 桓仁으로 확실하게 서술하고 있다. (태백일사에서 등장한 檀因의 오류는 제외) 그런데, 우습게도 昔有桓因은 등장하지 않지만, 昔有桓仁은 등장한다. ㅡㅡ;

뭐, 해석해 보면 어차피 국가의 형태로 해석되지는 않으니 관계는 없지만, 굳이 저렇게 쓴 것은 조금 우스워 보인다. 게다가 저렇게 나타나는 부분은 <조대기>를 인용한 부분이다. 즉, <환단고기> 버젼의 <조대기>에는 昔有桓仁과 昔有桓國이 모두 등장한다는 말이다. 해당 구절의 내용도 여러 면에서 중복되는 느낌이 있다. 이를테면, <일본서기>의 一書曰 같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이유립 버젼의 <조대기> 자체가 <일본서기>의 오마쥬일지도.... ㅡㅡ;


아무튼 우연한 발견에서 쓸데없이 망상을 펼쳐 보았다. 사실 이유립이 1983년에 오류를 수정하고 내놓은 배달의숙본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렇게 써 놓은 것이니 바뀐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결론도 내지 못하는 무책임한 추측성 포스팅이지만, 나름 웃기는 부분을 발견한 것을 기념(?)하여 이렇게 글을 날려 보았다.


ps. 승리의 임승국 옵하께서는 역시나 이 부분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 桓仁과 桓因이 명백하게 구분되어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승국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원문에 등장하는 그대로 인식하고 그대로 서술하고 있거나, 아니면 원문을 아예 무시하고 仁이나 因 둘 가운데 하나로만 쭉 밀고 나갔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의 임승국 옹은 역시나 예의 병신삽질을 시전하사, 원문조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원문에 仁으로 써 있는 곳에서는 因, 因으로 써 있는 곳에서는 仁으로 쓰는 등... 완전히 병신 인증 제대로 하고 있다. 아아.... 승리의 임승국...

덧글

  • 초록불 2009/03/10 09:16 # 답글

    아... 포스팅 보고 찾아보았더니 환씨전의 傳은 제 오타이군요. 典이 맞습니다. 그렇게 오래 전에 쓴 글의 오류를 지금껏 모르다니...ㅠ.ㅠ

  • 초록불 2009/03/10 09:18 # 답글

    桓仁과 桓因의 혼용이라는 오류가 있을 줄은 몰랐군요. 참 뜯어볼수록 재미있군요. 잘 보았습니다.
  • 야스페르츠 2009/03/10 13:20 #

    하하... 저는 아예 예전 글의 오류는 포기하고 있는걸요. ㅡㅡ;
  • 아야소피아 2009/03/10 17:17 # 답글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 저 떡밥 사람 여럿 잡더군요 ㅡㅡ;;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작년 10월) SBS가 저 떡밥에 낚인 적있습니다. 저 떡밥의 유래는 최소한 최남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데, 요즘 언론들은 아직도 그 고질적인 '일본 때문이야'를 남발하고 있네요.. 아 정말...(어느 기사 보니까 그러면서 관계 없는 이병도를 함께 비난하더군요.. 도대체 왜 이러는지)
  • 야스페르츠 2009/03/10 18:15 #

    하하... 석유환국 떡밥이야 잊을만하면 튀어 나오는 해묵은 떡밥이지요. 답답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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