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7 22:59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잡담

종로 미로스페이스에서 이 영화를 보러 간 시간은 오후 1시20분. 영화관에는 남자 4명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내가 자리를 잡고 나니 여자로 추정되는 2명이 뒤에 와서 앉았다. 결국 7명을 위해 영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는 연신 뜨거워진 눈시울을 억누르고, 그러다가 잔잔하게 미소를 짓고, 때로는 폭소하기도 하면서 1시간 30분 동안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약속 시간만 아니었다면 끝까지 엔딩 크레딧을 보고 있었을 게다.

영화는 송신도 할머니가 위안부로 당했던 피해보다는, 할머니가 일본 법정과 싸우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만큼, 꾸며진 장면도 없고, 모든 것은 날것 그대로... 그런데도 영화는 어지간한 드라마보다 더 강한 드라마를 느끼게 한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분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가슴 절절하게 느끼게 해 준다. 위안부라는 범죄의 피해자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그래서 어떻게 보자면 비극의 주인공처럼 "백안시"하고 있었던 것이 이전의 내 생각이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울고 웃고, 욕하고 싸우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통 사람의 모습이다. 아.... 그분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구나....


법정 싸움을 시작할 무렵에 송신도 할머니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법정 싸움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할머니는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10년 동안의 외로운 싸움. 그러나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도와주는 이가 있기에 70세가 넘은 할머니는 평생의 상처를 치유하고 증오를 씻어내며 진정으로 승리한다.

영화의 제목처럼, 할머니는 재판에서 졌지만 마음은 지지 않았다.

아Q의 정신승리는 어리석고 불쌍한 이의 자기 기만이지만,

송신도 할머니 마음의 승리는 진정한 승리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나 눈물을 글썽였는데....

이상하게도 송신도 할머니의 입에서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말씀이 흘러 나올 때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기쁜 마음이었다고 할까.....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본 것 같다. 이런 영화가 조금 더 성공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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