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6 10:40

반도(半島, peninsula)에 관한 잡상 雜想

며칠 전에 위키백과에서 노닐다가 잠시 토론이 붙었던 적이 있다.

뭐 다양한 주제가 거론되었지만 나름 흥미로운 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반도" 떡밥이다.


peninsula. 영영사전을 통해 의미를 그대로 풀어 보자면,

A peninsula is a long narrow piece of land which sticks out from a larger piece of land and is almost completely surrounded by water.
(peninsula는 땅의 커다란 부분으로부터 내밀어진 땅의 길고 좁은 부분이며 대체로 물로 둘러싸여 있다.)

즉, 육지로부터 바다로 돌출되어 있는 땅이다. 순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곶'에 해당한다. (곶은 반도보다는 규모가 조금 작다는 뉘앙스가 있다.)

해당 토론에서 나온 언급을 살펴보면,

영어로 'peninsula'라 하여 육지가 바다에 길게 돌출하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부분을 일제가 자신들의 나라를 '온섬' 혹은 '완전한 섬'과 대칭되는 말로 '반쪽 섬'이라는 의미로 '반도(半島)'라 하였고 우리나라를 '한반도(韓半島)'라 하였던 것과 같은 경우일 것입니다. 굳이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한다면 '뿌리의 땅'을 의미하는 '한근지(韓根地)'같은 글자도 만들 수 있는데 다분히 고의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것을 증명하라면 이미 100년 가까히 사용하여 학술용어가 되어버린 현재, 자료는 없어 증명할 길없고 무능력하게 되어 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반쪽 섬'입니까? 한자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중국,일본,대만뿐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 간악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peninsula라는 “바다로 돌출한 땅”이고, 굳이 한자로 옮긴다면 반토(半土)가 되는데, 일본인이 조어할 때 반도(半島 : 반쪽짜리 섬)로 조어했고, 이것이 한자 문화권에 퍼졌습니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에 그저 “반도”라고 쓸 때 지리 용어인 반도로 쓰일 때도 있고, 한반도를 가리킬 때도 있었습니다.



나로써는 반도라는 말이 일제가 만들었는지 어떠한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설사 일제가 만들었다고 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어를 한자로 번역한 용어치고 일본이 만들지 않은 용어가 대체 몇이나 된다고 저 난리란 말인가.

그런데 저 말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이유는, "일본이 만든 용어"라는 수준을 넘어서서, 그것을 마치 "음모론"의 하나로 몰아가는 놀라운 편협함 때문이다. 아니, 편협함을 넘어서 지독한 이기주의(?)도 엿보인다.

만약 일본이 peninsula를 번역하여 반도(半島)로 만들었다면, 그 속에서 유추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음모(?)는 "일제가 자신들의 나라를 '온섬' 혹은 '완전한 섬'과 대칭되는 말로 '반쪽 섬'이라는 의미로 '반도(半島)'라 하였다"까지이다. 그런데 저들은 이러한 온당한(?) 추론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간다. 직접적으로 그리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저들이 하는 말의 숨은 뜻은 이것이다.

"일제는 조선땅(한반도)을 염두에 두고 반도라는 말을 만들었다."

사실 "굳이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한다면 '뿌리의 땅'을 의미하는 '한근지(韓根地)'같은 글자도 만들 수 있는데 다분히 고의성이 있어 보입니다."라는 부분만 보자면 숨은 뜻도 아니고 그냥 대놓고 위와 같이 주장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얼마나 편협하고 이기적(?)인가? 세상은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천동설과 같은 인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꼴 하고는.

일본이, 그것도 일본의 극우사학자들이나 군국주의자들도 아니고, 일본의 여러 학자들이 학술 용어로써 만들어낸 반도(半島)라는 용어에도 한반도를 비하하기 위한 의도를 부여하는 저 놀라운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왜 저들은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고서도 돌부리 탓을 하는 것일까. 하긴,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긴 하지만...

덧글

  • 耿君 2009/02/16 10:46 # 답글

    '일본에서 만든 용어'라고 매도당하는 것은 참...
    사실 '수속', '엽서', '지불' 등도...
  • 야스페르츠 2009/02/16 11:42 #

    그저 돌부리 탓만 하고 있는 현실에서 참 답답...
  • 르-미르 2009/02/16 11:34 # 답글

    '만들 수 있는데' 라니, 억지도 참;
    그러고보니 라틴어 paeninsula는 nearly + island였지요.
    //처음 리플 달아봅니다 (..)
  • 야스페르츠 2009/02/16 11:42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런 비밀이 있었군요. 흠...
  • 초록불 2009/02/16 11:41 # 답글

    저거... 예전에도 한 번 썼지만 insula가 라틴어로 섬(island)라는 뜻이에요. pen은 라틴어의 paene에서 온 것으로 almost라는 뜻... 즉 영어의 penisula는 "거의 섬"이라는 뜻이므로 "반도"라는 말은 아주 적절한 번역이라 할 수 있죠.
  • 초록불 2009/02/16 11:42 #

    앗.. 바로 위에 르-미르님이 답변을 paene에는 nearly 라는 뜻도 있음...^^
  • 야스페르츠 2009/02/16 11:43 #

    ㅎㅎ 거의나 가까운이나 그게 그거죠 뭐. 아무튼 명쾌하신 답변에 참으로 굽신굽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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