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9 10:19

오호(五胡)의 쟁패 0 - 들어가기에 앞서 역사

2008년 6월, 일종의 심심풀이 땅콩용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있다. 중국의 연호를 위키백과에 만드는 작업이었다. 일본어 위키 및 중국어 위키를 참조하면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첫번째 위기를 맞았던 때는 여러 연호가 병립하였고, 또한 그렇게 병립한 연호를 체계적으로 맞추어야 했던 삼국시대였다.

왕망 말기, 후한 초기에도 병립한 연호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 기간이 짧았고 경시(更始)를 제외한 여타 군벌의 연호는 추후에 작업을 하기로 하고 그냥 비워두었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게다가 경시 시기의 일본어 위키에는 병립한 연호를 표로 잘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되었다.

그러나 삼국시대의 병립한 연호들은 그 기간을 하나 하나 맞춰나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삼국시대까지는 일본어 위키에서 병립 연호를 정리한 표가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호십육국시대로 접어들자 병립 연호의 수도 엄청나고 그 복잡한 형세도 대단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또한, 연호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종의 목표로 설정되었던 것이 있었다. 첫째, 연호의 전체 목록을 구성한 연호 목록의 작성, 둘째, 각 국가별로 연호까지 포함된 왕대표를 정리. 이렇게 두가지 목표가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설정되었는데, 이 목표 가운데 두번째 목표가 오호십육국시대에서 덜컥 막혀버렸다. 오호십육국의 각 국가별 왕대표 자체가 아예 없거나 대단히 미비했기 때문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각 국가별로 왕대표 자체를 새로 작성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왕대표를 정리하려면 그 국가의 간략한 역사를 공부할 수 밖에 없다. 마침 오호십육국의 각국의 문서 자체도 내용이 부실하고 사실상 일본어 위키를 그대로 번역해서 옮겨 놓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파악하기도 했다. 그 결과, 왕대표를 작성하면서 각국의 역사까지 정리하고 수정하게 된 것이다.

일단 각국의 역사 자체가 일본어 위키를 번역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더 추가해야 할 내용은 중국어 위키를 참조하거나 각국의 군주 페이지에서 조금 더 상세하게 나온 자료를 참고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나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중국어 위키에서 제공하는 자치통감 원문을 확인하면서 보강하였다. 무엇보다, 일본어 위키를 번역해 놓으면서 한자는 병기하지 않은 채 한글로만 작성된 것이 많았기 때문에 한자를 병기하고 링크를 정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작업을 진행하기를 4개월. 16국은 북연(北燕)을 마지막으로 해당 국가의 간략한 역사까지 정리하는데 성공하였으며, 16국에 속하지 못한 국가라도 연호는 가능한 한 모두 정리하여 표로 작성하고 문서를 만들었다. 오호십육국의 각국의 문서 페이지에는 왕대표가 모두 정리되어 있으며, 각 왕대표마다 연호가 모두 링크되어 있다. 각 연호 문서에는 병립했던 다른 연호들까지 모두 표로 정리되었다.

이렇게 오호십육국시대를 관통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얻게 된 많은 부수입이 있다.

무엇보다 정말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로 복잡하게 부침했던 혼란기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있겠다.

또한 '유사역사학'에서 주장하는 대륙삼국이라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은 소득이었다. 아예 대륙 전체가 삼국이라는 개솔히는 차치하더라도, 소위 대륙백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사역사학, 특히 대륙백제를 주장하는 부류들의 논리를 공파할 수 있는 많은 데이터를 얻었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 되겠다.



그리고 드디어 일전에 공약한 바 있는 오호십육국시대의 역사를 이렇게 연재(?)하게 되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하고 또한 사회적인 부분들이나 문화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보아도 무방하지만, 정치적인 부침 만이라도 정리하여 혼란기의 역사를 정리하고 연재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이렇게 선포하는 바이다.

이 연재에서 중점을 둘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오호십육국을 포함해서 해당 시대에 명멸했던 여러 국가들의 정치적 변동만을 다룰 것이다. 사회문화적인 변동 사항이나 기타 여러가지 복잡한 논의들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이므로 거의 다루지 않는다.

둘째, 남쪽으로 밀려난 동진 왕조의 정치적 변동에 대해서는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서술하지 않을 것이다. 동진 왕조는 왕대표가 작성되어 있었던 관계로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ㅡㅡ;;

셋째, 정치적 변동과 더불어 해당 시대 화북 각국의 영토 변화에 대해서 가능한 세밀하게 추적할 것이다. 이는 아래 넷째 부분에 대한 사전 작업에 해당하기도 한다.

넷째, 유사역사학, 특히 대륙백제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추가적인 내용을 서술할 계획이다. 주요 소스는 박영규의 <한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이 될 것이며, 가능한 본문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도록 글의 말미에 추가로 기재하거나, 별도의 부록으로 다룰 것이다.

다섯째, 이 연재의 주요 내용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위키 및 자치통감을 기본 자료로 하며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출처에 대한 주석을 달지는 않을 것이다.


이상으로 연재에 앞서 하고픈 말 연재를 지속하기 위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삽질을 모두 마친다.

덧글

  • 耿君 2009/01/29 10:31 # 답글

    오오 이것은 대역사(大役事)!!!
  • 야스페르츠 2009/01/29 11:26 #

    이런... 역사라 말하기에는 좀... 갑자기 부담이 백만배가 되는군요. ㅠㅠ
  • 초록불 2009/01/29 10:42 # 답글

    오오, 기대 만빵!
  • 야스페르츠 2009/01/29 11:26 #

    기대하지 마세요. ㅠㅠ
  • 한단인 2009/01/29 11:02 # 답글

    우오오오~ 또다른 대업인가요~~~

    ..저의 떡밥용(응?) 발해사 연재랑은 비교할 수 없는 고 퀼리티가 예상..

    고로 기대를 만빵으로 해봅니다.
  • 야스페르츠 2009/01/29 11:26 #

    퀄리티는 박영규 보다 약간 나은 정도를 목표로... (퍽!)
  • 카구츠치 2009/01/30 02:08 # 답글

    이글루 화면에서 보고 들어왔습니다. 관심은 많았지만 정보는 별로 없는 5호16국, 기대하겠습니다.
    덧붙여 링크도(....)
  • 야스페르츠 2009/01/30 09:21 #

    링크 감사합니다. ^^:
  • arsakes 2009/07/26 09:01 # 답글

    제가 야스페르츠 님의 이글루스글을 오호십육국 시대를 잘 정리해 놓으셔서 앞뒤 가리지 못하고 링크를 네이버카페 부흥 전쟁의 역사에 임의로 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야스페르츠 2009/07/27 12:55 #

    괜찮습니다. 무단 펌만 아니라면.
  • matercide 2010/09/12 16:34 # 답글

    오호십육국 사서를 읽으면서 느끼는 아쉬운 것. 오늘날 한족이 아닌 사람의 성명의 정확한 발음과 뜻을 알 수 없다는 것.(요새 공책에 晉 뒤에서 隋 앞의 비한족 성씨를 공책에 적고 있습니다. 단 한족식 성씨를 쓴 건 빼고요.)
  • 부여 2011/01/08 17:53 # 삭제 답글

    덕분에 위키백과가 많은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유사역사학 방지

얼마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