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5 13:22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雜想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나의 점수 : ★★★★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빌리려다가 대출중이라서 대신 빌린 책입니다.

이 책은 과학과 사이비 과학, 역사와 사이비 역사에 대하여 고찰하고 있는 책으로, 일전에 초록불님이 소개한 적이 있는 사이비 사이언스와 일맥상통하는 책입니다. 다만 사이비 사이언스보다는 더 전문적이고 어렵게 써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사이비 과학, 사이비 역사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만, 저자 자신이 회의주의 학회(스켑틱Skeptics)의 주요 멤버이니만큼 초록불님이 설명했던 유사과학(Pseudoscience), 유사역사학(Pseudohistory)을 번역 과정에서 다르게 표기한 것 같습니다.

책은 첫머리에서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 대한 해답을 밝히고 시작합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인과 관계를 찾도록 진화한 인간의 뇌가 과학적 사고 방식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저자 자신도 역사학자(과학사로 박사학위 취득)인 만큼, 이 책은 사이비 과학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내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사이비 역사, 그 중에서도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방대한 지면을 할애하면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의 주요 논리와 그 맹점들을 짚어 나가는 내용은 매력적입니다. 특히 그들의 방법론에 대한 설명과 지적들은 탁월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유사역사학계(?)의 행태와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의 방법론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정론자들은 상대의 허점을 집중 공략한다. 반면 자기네 입장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거의 없다.
2. 부정론자들은 상대편이 저지른 실수들을 활용한다. 곧 상대가 내린 결론 중 몇 가지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 결론이 모두 잘못된 것이 틀림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3. 부정론자들은 자기들 입장을 튼튼히 하기 위해 주류 학계의 저명한 인사들의 말을 인용하지만, 대개 맥락을 무시한다.
4. 부정론자들은 어떤 분야 내의 문제들을 놓고 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순수하고 허심탄회한 논쟁들을 그 분야 전체의 존립을 문제시하는 논쟁으로 오해한다.
5. 부정론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추고, 알려진 것은 외면해 버린다. 그리고 들어맞는 데이터는 강조하고 들어맞지 않는 데이터는 무시한다. (391~392p 중 발췌 편집)


순수하게 방법론만 놓고 보자면, 우리나라의 유사역사학계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 정도로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의 논리는 세련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유사역사학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방법론은 4번이나 5번 정도가 되는군요. 하긴,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홀로코스트 부정론이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우리나라의 유사역사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니까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증거를 찾아내려 하니 애초에 상대의 허점 같은 것도 공략하기 힘들고, "주류 학계의 인사"들의 발언을 이용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다시금 제가 맞상대하고 있는 저들의 수준이 얼마나 저열한지를 깨닫게 하는군요.

아무튼, 이 책은 도입부에서 "이상한 것을 믿게 만드는 스물다섯 가지 사고의 오류"를 정리하여 보여줍니다. 분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직접 소개하지는 못합니다만, 많은 참고가 될만한 정리입니다.



다만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나, 기타 사이비과학 및 사이비역사학, 컬트에 대한 비판의 과정에서 해당 주장들을 설파하는 인물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들춰내기"는 약간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책의 주제 자체가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 대한 고찰이니만큼, 시시콜콜한 논증과 폭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논증이나 폭로는 원래 재미있는게 정상인데 재미마저 없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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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解鳥語 : 5.18 관련 글을 보며 문득 생각난 홀로코스트 부정론. 2009-05-22 08:22:39 #

    ... 야스페르츠님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의 포스팅</a>udis님의 왜 일부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주장할까? 의 포스팅 그중 야스페르츠님이 요약 정리한 부분이 너무 잘 정리된 것 같아 인용합니다. (그분께 허락을 받지 못해서 내용을 그대로 쓰는게 문제가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문제가 되면 수정하겠습니다)<a href="http://xakyntos.egloos.com/2247385">1. 부정론자들은 상대의 허점을 집중 공략한다. 반면 ... more

  • 락캔롤꼬마 : 또 시작인가 2015-02-13 01:07:42 #

    ... 는 당신들의 의도를 학술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당신들의 모습은 나치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의 수법과 비슷하다. 야스페르츠님의 글에서 발췌. 1. 부정론자들은 상대의 허점을 집중 공략한다. 반면 자기네 입장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거의 없다.2. 부정론자들은 상대편이 저지른 실 ... more

덧글

  • 초록불 2009/01/15 14:09 # 답글

    http://rathinker.co.kr/skeptic/pseudohs.html

    이걸 읽어보시라는...

    저 책보다 괴짜심리학이나 사이비 사이언스가 더 재미있다는...
  • 초록불 2009/01/15 14:15 # 답글

    트랙백 한 것을 지금 발견...-_-;;

    이 책은 저도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

    http://orumi.egloos.com/3512327
  • 야스페르츠 2009/01/15 14:28 #

    헉... 이 망할놈의 기억력... 제가 읽어야 겠다고 답글까지 달아 놓고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ㅠㅠ
  • xarsrima 2009/01/28 17:04 # 삭제 답글

    얼마전에 읽으셨나봐요. 저도 어제 막 마무리 했습니다. 확실히 재미에 치중한 책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 트랙백 달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야스페르츠 2009/01/28 18:16 #

    하하 반갑습니다~ 좋은 책 많이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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