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0 14:48

서연(西燕)-근성과 막장 사이 역사

심심할 때마다 하던 과업이 하나 있습니다.

위키백과에서중국의 연호 목록을 완성하는 것이죠.


한동안 파죽지세로 만들어 나가던 작업은 보통 오호십육국시대라고 부르는 대 혼란기 앞에서 정체를 맞았습니다.

그 무지막지한 혼란 속에서 어찌나 많은 연호들이 뜨고 졌는지......

중국이나 일본어 위키를 참조해도 연호만 정리하기도 쉽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어느새 오호십육국시대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호십육국시대에 명멸했던 많은 국가들의 역사를 하나씩 독파해나가면서, 오호십육국시대 전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전진(前秦)"까지 완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후반전의 역사는 전반전의 역사는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복잡하더군요...... ㅎㄷㄷ


아무튼, 언젠가 이 시대 연호 목록을 완성하고 나면 이 막장 시대 전반에 대해서 포스팅을 한 번 할 것을 공약(空約)하면서, 일단 오늘 공부를 마친 "서연(西燕)"의 역사를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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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는 연(燕)이라는 국명을 가진 국가가 5개나 됩니다... 그러다보니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 전연, 후연, 서연, 북연, 남연으로 바꿔 부르고 있죠. 그 가운데 서연의 역사는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오호십육국시대 연나라는 기본적으로 선비족 모용씨에 의해 건설된 국가들입니다. 전반전에 모용황이 전연을 건국한 이래, 전진 몰락 후에 등장한 국가들도 모두 전연의 후예를 자청하고 있었죠.

그런데, 서연이라는 나라는 조금 독특한 위치에서 그 역사를 시작합니다....

연나라라는 국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모용씨 국가의 본거지는 유주(幽州) 일대, 즉 북경 인근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연은 흔히 관중(關中)이라 부르는 지역, 즉 지금의 섬서성 일대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는 전진의 부견이 선비족을 대거 관중으로 이주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연은 나라 이름이나 종족의 본거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섬서성 북부 지역에서 그 역사를 시작했습니다.

384년, 관중의 선비족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킨 것은 전연의 마지막 왕 모용위의 아들 모용홍(慕容泓)·모용충(慕容沖) 형제였습니다. 모용홍은 제북왕을 자칭하면서 장안의 전진 세력을 공격해나갔죠. 그리고 마침내 4월에 장안을 함락했습니다.

그런데, 6월에 부하들에게 살해당합니다......

뒤를 이은 것은 동생 모용충. 그런데 이 모용충이 장안을 근거지로 해서 나라를 좀 이끌어볼까 했더니 이번에도 부하들이 불만을 품고 모용충을 살해합니다. (386년 2월)

뒤를 이은 것은 단수(段随).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단수는 선비족 40만을 이끌고 장안을 떠나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3월에 또 부하에게 살해....

뒤를 이은 모용의(慕容顗)도 또 살해, 그 뒤를 이은 모용요(慕容顗)도 또 살해당합니다... 3월 한 달 동안 왕이 3번 바뀝니다.....

아무튼 386년 3월에 서연왕이 된 모용충(慕容忠)도 6월에 또 살해당하고....

결국 서연의 선비족 무리들은 모용영(慕容永)을 따라서 후연(後燕)의 모용수(慕容垂)에게 항복하고 맙니다.....


그러나 근성의 서연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모용영은 모용수의 속국 상태로 꽤 전공을 세운 것 같습니다. 특히 전진의 황제 부비가 이끄는 진양의 전진 세력을 격파한 것이 가장 큰 공(?)인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이렇게 산서성 중남부 일대에서 한창 활약하던 모용영은 마침내 386년 10월, 모용수에게 항복한지 4개월만에 다시 서연을 부활시키고야 맙니다.....

이렇게 부활한 서연은 후진(後秦)과 후연 사이에 끼여서 온갖 비참한 꼴은 다 당하면서 394년까지 근근히 버팁니다.... 그리고 394년에 멸망....


서연의 역사를 한층 더 안습하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근성과 막장 사이에서 꿋꿋하게 버텼던 서연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국가들이라는 16국에 끼지도 못한다는 것....

16국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중요한 개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시대를 일주한 여러 국가들 중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국가들을 꼽아놓은 것이니만큼.... 여기에도 끼지 못하면서 온갖 안습한 꼴은 다 당했던 서연 왕국에 잠시 묵념...


※ 참고자료

중국어 위키 / 일본어 위키 / 자치통감

※ 더 자세한 서연의 역사는 아래를 참조하시오.

http://xakyntos.egloos.com/2354331
http://xakyntos.egloos.com/2373419


덧글

  • rumic71 2008/12/10 15:59 # 답글

    남미를 보는 것 같습니다...
  • 야스페르츠 2008/12/10 17:47 #

    헐... 남미도 이렇게 막장인가요?? 저는 그쪽은 잘 몰라서...
  • rumic71 2008/12/10 18:37 # 답글

    그 동네도 뻑하면 쿠데타 뻑하면 혁명이죠 ^^
  • 自重自愛 2008/12/10 22:07 # 답글

    1. 모용충이 부견의 남색 -_- 상대였다고 합니다.

    2. 모용충과 부하들의 알력은 관중에 머무느냐(모용충), 고향으로 돌아가느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저의 출처는 [중국은 있다](혜민원, 2007)
  • 야스페르츠 2008/12/10 22:52 #

    허걱... 남색.... ㅡㅡ;

    모용충 부하들의 불만은 그러하다고 하죠. 어찌어찌 쓰다보니 빼먹었네요. ^_^
  • zandiman 2010/01/28 11:14 # 삭제 답글

    잘 보았습니다. 남색이면 영어로 소도미 던가요? 소돔과 고모라 할때 소돔
  • dd 2012/03/17 17:32 # 삭제 답글

    어헠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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