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6 23:44

위키백과 정화 작업 부록 - 치우와 관련된 풍습(?) 유사역사학 비판

위키백과 - 치우

치우 항목을 처절하게 찢어발긴지 어언 20일이 흘렀다. <환단고기>를 베껴서 적었던 사람은 사과를 남긴 채 자신의 흔적을 지웠고 잠시 잠깐 치우 항목을 내 머리 속에서 지웠다.

그러나, 오늘 우연히 다시 치우 항목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솔깃한 부분을 발견했다.


한국의 옛 제례와 풍습 속에서 치우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부분이다.

둑제 -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군영을 대표하는 대장기로서 치우의 형태를 한 ‘둑’이라는 깃발을 둑소에 두고...(후략)
마제 - 조선 세종 이후로 강무(講武)시 치우에 대한 제를 지냈다.
천중부적 - 단오날에는 치우를 이용하여 악귀를 쫓는 부적을 그리기도 했다.



1. 둑제(纛祭)에 제사지내는 것이 치우의 형태라.... 치우의 생김새가 전래되고 있다고???

.........

그리하야 열심히 검색 신공을 발휘, 추적에 추적을 거듭한 끝에 발견하고야 말았다.

<세종실록> '오례의'에 둑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둑에 관해서 설명하면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의실록(貳儀實錄)》에 “검은 비단으로써 이를 만드는데, 치우(蚩尤)의 머리와 비슷하며, 군대가 출발할 적에 둑에 제사지낸다.”
《貳儀實錄》, 以皂繪爲之, 似蚩尤之首。 軍發, 祭纛。


우리의 재야 사기꾼들께서 이것을 놓칠쏘냐!

극우사학을 실천하는 여러 블로그와 사이트마다 둑제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 모씨의 글이 차고 넘친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저 눈에 뻔히 보이는 떡밥조차 제대로 물지 못했다. 모씨는 이의실록(貳儀實錄)을 무려 貳義實錄이라 적고 있다.... OTL....(덕분에 찾는데 상당히 애먹었다...)


결국 찾는데 실패한 것은 바로 이의실록의 정체이다.

<무예도보통지()>에는 이의실록이 초나라 경절(耕切)이 지은 책이라 한다. (푸른깨비의 무예24기 참조)

그러나 경절이라는 사람은 대체 찾을 수가 없고, 이의실록도 무엇인지 모르겠다... (검색 실력의 한계가...OTL....)


혹시 이의실록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


아무튼, 세종실록의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둑제가 치우와 관련된 제사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저 내용은 결국 중국의 어떠한 기록 속에서 '둑'이 치우의 형상임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지, 둑제가 치우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은 아니다....

물론 위키백과의 본문 안에서도 '치우의 형태'라고 한수 무르고 있기는 하지만....

뭐, 그래도 온건한(?) 수준에서 머무니 그냥 넘어가련다....


2. 마제(禡祭)도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다.

“전에 강무(講武)할 때에 마제(禡祭)를 지냄에 있어 황제 헌원씨(黃帝軒轅氏)를 제사하였으나, 옛날 법제인 《두씨통전(杜氏通典)》을 상고하여 보니 주제(周制)에 정벌하는 현지에서 마제(禡祭)를 지낸다는 주(註)에 말하기를, ‘만일 정벌(征伐)하는 지방에 이르러 제사지낼 때는 황제(黃帝)와 치우(蚩尤)로 하고, 또 전수(田狩)하는 때는 다만 치우만 제사한다.’ 하였으니, 청하건대 지금부터는 강무장(講武場)의 마제(禡祭)를 주(周) 나라 제도에 따라 다만 치우(蚩尤)에만 제사하소서.”
在前講武禡祭, 祭黃帝軒轅氏, 然考古制, 《杜氏通典》《周制》: ‘禡於所征之地。’ 註云: ‘若至所征之地祭, 則以黃帝、蚩尤, 其田狩, 但祭蚩尤。’ 請自今講武場禡祭, 依周制, 只祭蚩尤。


이것은 명백하게 치우에게 제사하는 것이 맞다. 물론, 날조사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치우는 우리 민족이라능 항가항가' 하는 것이 아닌 것도 명백하다.

두씨통전이라면, <통전>을 말하는 것일 텐데... 역시나 저것은 중국에 관련된 이야기일 뿐, 우리가 치우를 우리 민족으로 보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3. 천중부적(天中附籍)과 관련해서 찾아낸 문헌은 현재까지 딱 하나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속에 나타난다.

歐陽公云。五兵消以德。何用赤靈符。今謂之釵頭符。我東亦於重午。刻此符硃印。貼宮闕及閭里。其符文曰。五月五日。天中之節。上得天祿。下得地福。蚩尤之神。銅頭鐵額。赤口赤舌。四百四病。一時消滅。急急如律令。

해석은 포기......... OTL...(맞게 끊었는지조차 자신 없다....)

무튼 대략 살펴보건대 天中之節, 즉 단오 때 치우신에 대한 부적 운운 하는 이야기 같다....


이 부분도 자신은 없으니 그냥 패쓰...


4. 결론.... 이 뭘까..... 이건 뭔가 용두사미??

아무튼, 뜻밖에도 치우와 관련된 제례가 있긴 하구나.....


그래봤자 치우는 우리민족 항가항가 하는 건 아니니까 날조사가들은 좋아할 필요는 없겠지 뭐....


ps. 아.... 처음에 시작할 때는 회사에서 심심함에 몸부림치며 끄적였는데, 중간에 그만두고 친구와 술을 마시고 와서 쓰려니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혹여 어디가 술 취해서 쓴 부분인지 알아맞추신 분께는 특제 썩소를 날려드리리다.

덧글

  • 초록불 2008/07/17 08:12 # 답글

    2. 이것 역시 중국 제사 풍습을 받아들인 것이죠. 문묘에서 공자에게 제사를 지냈으니 공자는 한국인? 하긴 공자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인간들도 있으니... OTL...

    3. 其符文曰 다음은 부적의 내용이네요. 急急如律令은 부적을 끝낼 때 쓰는 상투어로, 수리수리마하수리 식의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부적에 치우가 나오는 것이 있는 것이고, 이걸로 치우를 섬겼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죠.
  • 야스페르츠 2008/07/17 16:03 #

    음.. 부적에 적힌 내용이었군요... 이런 것은 치우를 섬긴 풍습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죠? 흠...
  • 耿君 2008/07/17 14:10 # 답글

    이건 정말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요.

    초나라 경절이란 말... 楚耕切이라고 적혀 있는 데에서 비롯된 건 아니겠죠 설마?
    참고로 鏳 또는 錚이라는 글자의 반절(反切)이 楚耕切입니다-_-
    즉 사람 이름이 아닌 걸 사람 이름으로 읽었을 수도 ㅠㅠ
    야후 저팬을 잠깐 찾아보았는데 '경절'이라는 인명은 저 '무예24' 이외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 야스페르츠 2008/07/17 16:03 #

    저도, 왠지 뭔가 반절에 대한 설명인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정체를 모르겠네요....ㅡㅡ;
  • Shaw 2008/07/17 16:49 # 답글

    耿君님하 말씀이 맞는거 같음... 대충 찾아보니 무예도보통지 인용서목에는 <<이의실록>> 저자가 유효손이라고 나오네요. (http://altair.chonnam.ac.kr/~mmy/muye/dobotonggi.htm#인용서목)

    그리고 중국 음운은 통 모르지만, 돌아가는걸 보니 槍 발음이 楚耕切 일 거 같삼.
  • Shaw 2008/07/17 17:19 # 답글

    槍 발음 찾았다능. http://tool.httpcn.com/dict.html? 강희자전 출처인 모양인데 여기서 槍 쳐보니 <<集韻>>, <<韻會>> 에서 楚耕切 이라고 했다네요.
  • 야스페르츠 2008/07/17 17:22 #

    아... 그럼 앞줄에 붙어야 하는 楚耕切을 모르고 인명으로 해석해서 뒤에다 붙여 버린 것이로군요... OTL
  • 한단인 2008/07/18 10:45 #

    포스팅을 한참 늦게 봤지만.. 정말이지 할말이 없군요.

    ..그나저나 耕씨도 있었구나..라고 순간 납득한 난 뭐람..
  • 야스페르츠 2008/07/18 12:42 #

    한단인 님// 저도... 그렇게 납득했다는....OTL
  • 耿君 2008/07/18 16:28 #

    耕씨도 耕씨지만 이름이 切이라는 게 너무 이상해서 의문을 품었더랬습니다. ;;
  • 비안네 2008/07/23 02:17 # 삭제

    ....이거 참, 황소 뒷걸음질에 쥐 잡는다고 하더니 제가 그렇군요. 한자는 제대로 못 읽어도 저게 반절일 줄은 바로 알았으니... (모든 게 지금은 사라진 고람좌 블로그 덕분...)
  • 2008/07/19 16:3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야스페르츠 2008/07/19 20:20 #

    비밀글님// 아... 그렇군요.. 二로 쓴 것도 찾았습니다만 二나 貳는 서로 통하는 것이니까 그냥 신경 안썼거든요.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 契沖 2008/07/20 15:57 # 삭제 답글

    槍には七羊・楚庚の二切あり。後庚・耕互ひに転じて楚耕切をなす。

    依然にして鹿を指して馬と為す輩なり。
  • 契沖 2008/07/20 16:19 # 삭제 답글

    纛の字、説文に在らざる字にして漢唐爾前に亦見得ざる所なり。蒙古にduγの言葉ありて漢語からの仮借とす。その源、未だ詳しからず。
  • 비안네 2008/07/22 17:45 # 삭제 답글

    急急如律令은 도교 계통 주문에서 마무리로 흔히 쓰는 말입니다. 원래는 중국 법률용어였다는군요. '율령대로 빨리 빨리 처리해라'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걸 도사들이 받아들여서, 주문의 본문이 요구하는 바를 신령들에게 빨리 해 달라고 다그치는 말이 되었지요. 그 때문에 요즘도 일본 애니에서도 가끔 나오더군요. 발음이야 '규큐요이쓰료'라고 하지만요.
  • 耿君 2008/07/22 21:55 #

    '규큐뇨리쓰료'가 정확한 표기인듯 합니다.
  • 비안네 2008/07/23 02:14 # 삭제

    耿君 / 귀에 들리는 대로 받아적는 자의 아둔함이라 이해해주세요 (____)b
  • 이천풍 2009/01/30 22:58 # 삭제 답글

    기본적으로 부적에 등장하는 "귀신"은 "섬긴다"고 봐야 합니다. 섬기지도 않는 귀신을 부적에 등장시킬 까닭이 없었죠. 적어도 "무속"이나 전통 신앙에서는 말입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과연 치우가 "한민족"이냐는 말이죠. ㅡㅡ; 섬겼다고 다 한국인이면, 위에 다른 분이 썼듯이, 공자도 한국인이겠죠. (근데 왜 한민족이 아니라 한국인?)
    섬겼다고 다 한민족이라면, 과연 관우도 한국인? (관우는 관제묘에서 제사 지내고, 부적에도 자주 등장하죠. 부적 이름은 까먹었습니다만.)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유사역사학 방지

얼마블연